10여 년 전에 국제연합 식량농업기구(FAO)가 지속 가능한 개발에 관한 세계정상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에서 의미 있는 프로젝트 하나가 제안됐다. 세계 중요 농업유산을 보호하자는 것이었다. 이후 중국 등 아시아, 칠레 페루 등 남미, 알제리 등 아프리카의 18개국 39개 지역이 농업보호지역으로 지정됐다. 농경문화가 발달한 아시아 태평양지역이 27개 지역으로 수적으로 가장 많다.

중국은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하니 계단식 농업 등 11개, 일본은 사토야마 따오기농법 등 8개 지역이 등재됐다. 우리나라도 2014년 완도군 청산도 구들장논과 제주도 밭담, 지난해 하동 전통 차밭이 등재됐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3년 국가중요농업유산제도를 두고 지난해까지 7개 유산을 발굴했다. 전통문화와 생태환경 등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농업유산자문위원회의 서류심사와 현장조사로 꼼꼼하게 평가한다.

새해 벽두, 경북 울릉도의 화산섬밭농업과 부안 유유동 양잠농업이 추가로 국가중요농업유산에 지정됐다. 국가중요농업유산 제9호로 지정된 울릉 화산섬밭농업은 화산분화구가 함몰된 칼데라 지형과 급경사지를 밭으로 일궈 울릉도 자생 식물을 재배하는 독특한 밭 농업이 전승되고 있는 곳이다. 울릉도 화산섬밭은 강원도 비탈밭은 ‘저리가라’다. 경사도가 20~63도로 사람이 발붙여 서기도 어려운 곳이 많다. 섬 특유의 기후조건에 가장 적합한 산채를 토양유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관리 방법과 가축분뇨를 활용해 섬 자체에서 지속 가능한 순환농법이다. 급경사의 산지에 조각 조각의 형태로 경작지를 일궈 생물 다양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에 지정된 면적은 울릉군 일원에 72.86㎢다.

경북에서는 지난 2016년 울진 금강송산지농업시스템이 국가중요농업유산 제7호로 지정된 데 이어 두 번째다. 금강송산지농업시스템은 금강소나무 군락과 주민이 함께 공생하며 자급자족의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는 산지농업시스템이다. 경북도가 2020년까지 이들 농업유산의 보전과 함께 주민소득 증진 사업을 돕기로 했다. 울릉도 화산섬밭농업과 금강송산지농업도 청산도 구들장논처럼 전국은 물론 세계적 명성을 얻을 수 있게 잘 가꾸고 보전해야 할 것이다.

이동욱 편집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논설주간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