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키고 남을 살리는 재난 대비 생존훈련 교육 필수시대

대구 명덕초등학교학생들이 안전빵빵 찾아가는 안전체험 버스에서 지진체험을 하고 있다. 경북일보 자료사진.
지난해 11월 15일 오후 2시 30분께 포항시 북구 흥해읍 한동대에 있던 제22대 총학생회 집행부는 규모 2.2와 2.5의 지진이 발생하고 5분 뒤 규모 5.4의 국내 두 번째 강진과 맞닥뜨렸다. 건물 외벽까지 무너지는 상황에서 총학생회는 안전물품을 준비하고 약속장소인 대운동장으로 3천 명이 넘는 학생을 안전하게 대피시켰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부상자를 파악해 치료나 상담을 하도록 도왔고, 실종자가 있는지도 꼼꼼하게 살폈다. 고향 집으로 가지 못할 형편의 학생들에게는 교내에 안전한 공간을 제공하고, 비상식량과 담요와 모포도 배치했다.

자칫 심각한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긴박한 상황에서 질서정연하게 대피한 한동대 학생들의 모습은 포항 지진 이후 두고두고 회자 됐다. 2016년 9·12 경주 대지진 이후 한동대 총학생회가 안전 매뉴얼을 만들고 학기마다 2차례씩 훈련을 한 덕분이다.

박우주 한동대 총학생회 소통 국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에겐 학생들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었고, 이런 마음이 학생들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고 했다.

경주 지진과 포항 지진을 겪은 경북의 상황은 어떠할까. 경북도의 재난 교육·훈련 정책을 점검하고, 규모 7.3의 한신·아와지 대지진을 겪은 일본 효고현의 선진 정책을 살펴봤다.

일본 효고현 광역방재의 거점역할을 하는 미키종합방재공원 육상경기장 내 구호물자 비축기지를 찾은 순회취재팀 배준수 기자와 김장주 경상북도 행정부지사 일행이 ‘보물호’라 이름 붙인 차량에서 일본 기준 ‘진도 7’의 강진 체험을 하고 있다. 경북일보 자료사진.
△ 경북도, 지역 상황에 맞는 세대별 맞춤교육 예정

대구 팔공산에는 안전교육의 중심이자 종합안전 체험장 역할을 하는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가 있다. 지진 규모별 영상과 실제와 같은 지진 강도를 느낄 수 있는 체험을 비롯해 내진 설계된 건물과 그렇지 않은 건물의 지진 때 변화를 시각적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지진 발생 때 대처요령 교육도 철저하게 받을 수 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학생, 공무원, 가족 단위 일반인 등 12만3365명이 다녀갔을 정도다.

하지만, 두 차례 강진을 겪은 경북에는 이런 체험시설이 아예 없다. 경북도 관계자는 “국립지진방재연구원 동해안 유치가 수포로 돌아가면서 재난체험 시설을 마련하지 못했다. 도 소방본부의 지진체험 차량으로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항 지진에서 반성과 교훈을 얻어낸 경북도는 선제적 지진 대응을 위한 교육·훈련 강화 방안 등을 마련해 발표했다.

지진 발생 이후 도민의 초기 대처능력 향상을 위한 지진대비 맞춤형 교육·훈련을 우선 내세웠다. 또 지역 상황에 맞게 세대별 맞춤교육 실시하고, 읍면동별 찾아가는 지진대비 도민 순회교육을 통해 현장체험 중심의 교육을 추진하기로 했다.

도심과 농촌, 원전인근 등 지역특성을 고려한 주민대피 훈련과 공공기관, 학교, 기업 등 기관별로 대피훈련도 실시한다.

지진재난 발생 시 현장대응 기능 강화를 위해 재난안전대책본부 운영시스템을 개선하고 정기적으로 행동 매뉴얼 교육을 통해 관련 부서 및 유관 기관 간의 협업체계 강화도 추진한다. 늘어나는 지진 발생으로 지질, 내진, 교육·훈련 등 지진방재 관련 업무 확대에 따른 인력을 보강해 지진 대응 전문성도 강화할 방침이다.

경북도 자연재난과 관계자는 “포항 지진 이후 도민행동요령을 지역 실정에 맞게 바꿨고, 3월부터 23개 시·군에서 읍면동 단위별로 현장·체험중심 순회교육을 2~3회씩 실시할 예정이다”며 “지역별·기관별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주민대피훈련도 실시하겠다”고 했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지진 전문가 네트워크를 구축해 지진연구 및 지진방재 관련 정보를 공유해 정책에 적극 활용하겠다”면서 “일본 효고현과 업무교류를 통해 전문가·공무원들의 지진방재 교육·훈련 교류, 세미나·포럼 상호 개최 등을 통해 일본의 지진 대응 정책과 시스템 사례를 적극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일본 효고현 광역방재의 거점역할을 하는 미키종합방재공원 육상경기장 내 구호물자 비축기지를 찾은 순회취재팀 배준수 기자와 김장주 경상북도 행정부지사 광역방재센터 직원으로부터 장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사진 왼쪽). 효고현 고베시 2002년 설립된 인간과 방재 미래센터에서는 한신.아와지 대지진 당시 참상과 복구 과정을 입체 디오라마 등의 자료로 확인할 수 있다. 경북일보 자료사진.
△ 효고현, 자주방재리더 육성 등 세밀한 대비 돋보여

1995년 1월 17일 한신·아와지 대지진을 겪고도 슬기롭게 도시를 재건한 일본 효고현은 1월 17일을 ‘안전의 날’로 지정했고, 매달 17일 방재활동의 날로 정해 예방 활동을 펼치고 있다. 물론 훈련도 열심이다. 우리나라도 포항지진 발생일인 11월 15일을 안전의 날로 지정해 전 국민적인 훈련의 계기로 삼을 만하다.

효고현 방재 당국은 지역사회 커뮤니티의 방재능력을 매우 중요시한다. 한신·아와지 대지진 당시 무너진 가옥 등의 잔해 속에서 주민을 구조한 경우의 80%가 소방관이나 경찰관, 자위대가 아닌 주민들이 주인공이었기 때문이다. 실제 효고현의 민간자주조직 결성률은 96.3%로 전국 1위 수준에 올라 있다. 한신·아와지 대지진 경험의 산물로 방역거점인 미키종합방재공원에서는 13년 전부터 민간자주조직을 통솔하는 방재 리더 200명씩을 매년 육성하는 강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6개월간 3시간씩 12일 정도 시간을 갖고 방재 지식 기능 습득을 위해 교육하고 있으며, 2249명가량이 교육을 수료했다.

2005년 8월 효고현 내 교통의 요충지인 미키시에 들어선 202만㎡ 규모의 ‘미키종합방재공원’은 천연잔디축구장과 야구장, 그라운드 골프장, 육상경기장, 테니스장 등을 갖춘 도시공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스포츠와 여가 활동 진흥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면서 전문 소방사 등 방재 인재 육성과 자주 방재 능력 향상을 위한 리더 교육프로그램 운영과 더불어 물자와 기자재 비축기능을 담당한다.

특히 효고현 복권협회가 기금 3천만 엔을 들여 구매해 기부한 지진체험차량 ‘보물호’에서는 일본기상청 진도계급(JMA)을 기준인 진도 1에서 진도 7 최대치까지 모두 체험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이번 포항지진은 일본 기준 진도 4 정도인데, 동일본 대지진이나 구마모토 지진 당시의 흔들림 정도인 ‘진도 7’까지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어서 작년 한 해에만 1만2천여 명이 다녀갔을 정도다.

후지모리 류 광역방재센터장은 “평상시에는 방재 인재 육성과 프로 소방사 육성, 일반인 대상 방재훈련 코스를 운영하고 있다”며 “행정관청과 현민 스스로 생명을 지키기 위해 위기감 속에 정보를 공유하는 게 중요한데, 모두 그 틀에서 움직이고 있다”고 밝혔다.

한신·아와지 대지진 이후 7년 만인 2002년 중앙정부와 효고현이 예산을 들여 고베시 쥬오구에 설립한 ‘인간과 방재 미래센터’는 앞으로 재해에 대응할 실천적인 방재연구와 젊은 방재전문가 육성, 재해 대응 현지 조사·지원 역할에 방점을 찍고 있지만, 각 지자체별 재해리더 육성과정도 운영하고 있다. 등급별로 4단계로 나눠 총 4주씩 봄과 가을철에 신청을 받아 진행한다.

또 서관 전시실 4층에서는 한신·아와지 대지진 당시 엄청난 파괴력을 대형 영상과 음성으로 만날 수 있는 1·17 영화관을 비롯해 지진 직후의 디오라마 모형으로 생생하게 재현한 공간과 지진 직후에서부터 재건, 마을 사람들이 직면한 과제 등을 담은 드라마도 대지진 재해 홀에서 직접 볼 수 있다. 3층 지진재해 기억공간에서는 지진 발생 당시부터 복구 이후까지 생활상과 거리의 모습을 그래픽으로 만날 수 있고, 스토리텔러가 직접 설명하는 지진재해 체험담도 들어볼 수 있다. 동관에는 재해와 방재에 관한 자료를 수집해 공개하는 자료실을 비롯해 방재·감재와 관련한 최신 정보를 접할 수 있다.

시라이시 인간과 방재 미래센터 부센터장은 “경북도 소속 공무원이 현장에서 연수를 받을 수도 있을 것이고, 방재 관련 교육을 할 수 있는 직원을 경북도에 파견하는 일도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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