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IMF 외환위기를 맞았을 때 국민의 마음을 흔들어 놓을 만한 뉴스가 떴다. 동아건설이 울릉도 앞바다에 가라앉아 있는 러시아 보물선을 인양한다는 소식이었다. 동아건설은 1999년 10월 포항지방해양수산청으로부터 매장물 발굴 허가를 받아 울릉도 저동항 100m 앞바다 일대 해저 300~500m 바닷속을 샅샅이 뒤졌다. 탐색팀은 2003년 6월 저동 앞바다 동남쪽 2㎞ 지점, 수심 400m 되는 곳에서 돈스코이호로 추정되는 물체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이 때문에 부도 직전이었던 동아건설의 주가가 폭등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기업의 부도로 인양이 중단됐다.

동아건설이 끌어올리려 했던 디미트리 돈스코이호는 1905년 러일전쟁 당시 대마도 해전에 참전했다가 블라디보스토크로 귀항하던 중 일본 해군의 수뢰를 맞아 울릉도 저동 앞바다에 침몰했다. 러시아 발틱함대 소속 6200t급 철갑 순양함 돈스코이호에는 금화와 금괴 약 5500상자, 200여t이 실려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가치로 따지면 약 150조 원이나 된다니 어마어마한 보물선인 셈이다. 

울릉도에선 지금도 배에서 살아남은 러시아 선원이 주고 갔다는 놋주전자와 당시의 이야기들이 전설처럼 전해지고 있다. 또 1932년 11월 28일 자 뉴욕타임즈도 보물선 돈스코이호를 소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NYT는 영국 소버린 금화 5000파운드 상자 5500개로 약 5300만 달러에 이르는 양이 실려 있었다고 했다. 러시아가 당시 일본과의 전쟁에 1만4000여 명의 해군을 파병했고, 이들의 원거리 항해를 위한 식료품 보급과 월급을 지급하기 위해 대규모 군자금으로 금화를 실었다는 것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의 모델로 1996년 미국 동부 보퍼트만 인근 연안서 발견된 18세기 초 영국 출신 해적 블랙비어드의 배를 훨씬 능가할 것이다. ‘앤 여왕의 복수’호로도 불리는 이 배에서는 금화 등 25만 점의 유물이 인양됐다.

새해 들어 서울에 본사를 둔 건설 해운업체 신일그룹이 돈스코이호 인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초고화질 영상장비 등 첨단 기술을 동원해 인양할 계획이라 한다. 이번에는 번쩍번쩍 빛나는 소버린 금화를 볼 수 있을지 또 신기루로 끝날지….
이동욱 편집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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