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B 대구은행 연수원 ‘北 응원단 방문기념 전시실’ 새삼 화제
‘통일되는 그 날에 꼭 다시 만납시다!. 민족 공조로 자주와 평화를 지키는 해. 2003년 8월 22일. 평양음악무용대학 성악학부 허명미.’
10일 오전 10시 찾은 칠곡군 동명면 기성리 DGB 대구은행 연수원 2층 19㎡(약 6평) 공간에 마련된 ‘북한응원단 방문기념 전시실’에는 이런 문구들이 즐비했다. 연수원 관계자는 “2003년 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때 북한이 파견한 미녀응원단과 관계자들이 8월 20일부터 9월 1일까지 12박 13일 동안 대구은행 연수원에서 묵었는데, 떠나는 날 간곡히 부탁해 받은 글들을 모아 4개 대형 패널로 전시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북한응원단 방문기념 전시실이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북한이 지난 9일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평창에 최대 규모의 선수단과 응원단, 예술단 등을 파견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이후 더 그렇다.
북한응원단과 동고동락한 연수원 직원은 “연수원 앞에 있는 돼지사육농장의 악취를 놓고 ‘공기가 매우 나쁘다’고 투덜댔던 기억이 난다”면서 “당시 에쎄 담배를 건넸는데, ‘너무 달아 못 피우겠다’고 했던 기억도 난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북측에서 우리가 제공한 세탁기와 간식 등을 일절 사용하지 못하게 했는데, 그래서인지 ‘빨래가 잘 마르지 않고 눅눅하다’는 불만을 건네온 응원단도 있었다”면서 “출장뷔페까지 동원해 음식을 제공했는데도 입에 맞지 않다고 한 이들도 많았었다”고 덧붙였다.
무더위에 심해진 돼지축사 악취를 없애기 위해 대구시가 수천만 원을 들여 약품을 뿌리는 등 부단히 노력했었던 사실과 대회 일곱째 날인 8월 26일 한 종교단체의 대북 비방 차량방송 사건과 숙소 침대에서 동전과 화투가 발견된 사건을 문제 삼아 이틀간 응원활동을 중단한 사건에 대한 기억을 생생하게 되살렸다.
김 위원장은 “연수원 안에서 구호를 외치면서 시위를 벌일 당시 아찔하기만 했다”면서 “철저한 북한 관계자의 통제 속에서도 간식으로 제공한 컵라면이 가장 빨리 소진되는 등 재미있는 일들도 많았다”고 했다. 또 “9월 1일 송환식 때 정들었던 북측응원단을 보내면서 직원 전체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2003년 당시 대학생 신분으로 북측응원단 도우미 활동을 했던 김효정(36·여) 대구은행 경산영업부 대리는 “김해공항으로 향하는 버스를 타기 전에 응원단 한 명이 쪽지를 쥐어 주며 울었는데, ‘통일된 조국에서 다시 만납시다’라는 손글씨가 있었다”며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