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맹이들의 과잉에 못 이겨
방긋 벌어진 석류들아,
숱한 발견으로 파열한
지상至上의 이마를 보는 듯하다


너희들이 감내해 온 나날의 태양이,
오 반쯤 입 벌린 석류들아,
오만으로 시달림받는 너희들로 하여금
홍옥의 칸막이를 찢게 했을지라도,


비록 말라빠진 황금의 껍질이
어떤 힘의 요구에 따라
즙든 붉은 보석들로 터진다 해도


이 빛나는 파열은
내 옛날의 영혼으로 하여금
자신의 비밀스런 구조를 꿈에 보게 한다





감상) 아무도 내개 여름이 위험한 계절이라 말해주지 않았으므로 나는 여름을 무사히 건너왔다. 건너와서 돌아보니 그곳에 칼날 같은 폭염과 뭉툭한 쇠망치의 슬픔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침묵한다. 아무에게도 그곳에 무엇이 있더라고 말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모두들 여름은 잘 지나온다.(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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