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문화원이 문화원 올해 사업비 8200만 원을 예천군의회가 삭감한 것에 대해 9일 의회에 해명을 요구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예천군의회에서는 문화원 사업 전방위로 특별감사위원회 구성을 검토하는 등 나랏돈인 예산을 두고 감정싸움이 극으로 치달을 조짐이다. 이 같은 논란은 군민들의 입방아에 당연히 오르고 있다. 군민들은 양 기관의 이 같은 철없는 아이들 같은 감정싸움에 군론(郡論)분열을 우려하고 있다.

문화원은 또 이사, 읍면 지부장, 연석회의에서 결의된 12일까지 삭감사유와 해명 17일 군의회 항의방문·성명서 발표, 19일 읍면 현수막 시위, 전국지방 문화원 연대 예천군의회 규탄 서명운동 및 언론 호소문채택, 31일 의회 앞 항의집회(읍면 문화가족과 유림단체) 등을 통보했다. 군 의원 낙선운동까지도 하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이러한 예산 삭감 행위가 군의회와 문화원의 불편한 악감정 때문이라는 게 지역사회의 중평이다. 지난해 5월 신청사 상량식행사 문제로 고성이 오가는 등 행사장이 아니라 아수라장이 되는 추태를 연출했다. 이후 두 기관은 대화 없이 치닫고 골은 깊어졌다. 지금도 문화원 관계자들은 “군민의 예산을 사사로운 개인감정으로 군민의 문화 혜택을 가로막는 의회는 각성해야 한다”고 하고, 예천군의회 측은 “군민의 문화예술 활동을 위해 이바지해야 할 문화원 관계자들이 자신들의 아집에 빠져 부득이하게 예산을 삭감하게 됐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의회가 집행부 예산을 삭감하는 것은 국민 세금인 예산의 절약이라는 측면에서 타당성이 없지 않다. 그러나 이 예산 삭감은 예산 감소를 가져와야 할 합리적인 설명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단행한 것이다. 이는 공적인 결정을 사적인 감정으로 처리한 것으로 공명정대하다고 볼 수 없다. 아무리 예산권 결정을 가진 의회라지만 예산 신청을 한 집행부인 군청 측이 잘못 편성한 것이라는 타당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감정을 앞세워 예산을 삭감한 것은 누가 봐도 의회권한의 남용이라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예천군이 군의회와 문화원 간 다툼으로 문화원 사업이 축소된다면 피해는 군민들이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진다는 것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지역사회 발전에 악영향을 초래하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이번 문화원 예산 삭감으로 다른 문화원사업에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돼 군민들의 걱정도 크다.

지금이라도 군의회와 문화원 간 상호 간에 이성적인 대화로 갈등관계를 풀어야 한다. 원만한 해결이 되지 않는다면 더 큰 문제를 낳을 수 있다. 집행부가 편성해 놓은 예산을 삭감하는 것은 지방자치단체로서는 이례적이다. 군민의 공복인 군의회의 존재가치는 주민의 의사를 군정에 투입하고 군민의 의사를 대변하는 것이 1차적인 임무다. 문화원은 군의회보다 폭이 넓고 차원이 높은 그야말로 문화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군론을 통합해 할 양 기관이 벌이는 분열의 굿판을 하루 속히 걷어치우라는 것이 양식 있는 군민의 바람이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