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순식 군위 부군수
중국 속담에 ‘바람이 불면 어떤 이는 벽을 쌓고, 어떤 이는 풍차를 만든다’는 말이 있다. 바람은 어떤 이에게는 막아야 하는 두려움의 대상일 수 있고, 또 다른 이에게는 새로운 희망을 주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무릇 바람 하나에도 인간이 대응하는 모습은 천차만별인데, 지역에 큰바람이 될 통합공항은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지금 대구·경북에는 통합공항 이전의 바람이 불고 있다. 예비이전 후보지로 군위군이 선정되면서 그 바람의 중심에 군위가 놓인 셈이다. 변화의 바람을 마주하는 군위는 그야말로 격랑에 휩싸였다. 유치를 반대하는 군민이 생겨나고, 반대시위가 계속되었으며, 주민소환이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겪었다. 그러는 사이 민심에 상처가 생긴 것도 사실이다.

처음부터 순탄한 길이 아니라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었지만, 군위군은 바람을 기회로 활용하는 쪽을 택했다. 대내적으로는 소멸해가는 지역에 대한 활성화와 청년들이 살아갈 수 있는 활력 넘치는 삶의 터전으로 지역을 바꿔나가기 위한 갈망에서다. 수천억 원의 주민지원사업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역의 자생력과 미래의 성장 가능성을 갖추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 주목한다면 통합공항은 군위발전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대외적으로는 탁월한 접근성이 군위 이전의 당위성을 보탰다. 지난해 상주-영천 간 고속도로와 팔공산 터널 개통으로 사실상 군위와 대구는 하나의 생활권이 되었다. 접근성에 대한 예측 미비로 실패한 여러 지방공항의 사례를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공항 이용객과의 접근성에 민항의 성패가 달려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다. 지역의 체질을 바꿀 변화에 대한 갈망과 제대로 된 민항입지로서의 자신감은 통합공항의 군위건설을 기정사실로 하고 있다.

그런데도 지역 내 후보지가 2곳이라는 점은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가뜩이나 찬성과 반대로 나뉘는 지역 민심에 후보 지역 간 갈등까지 더해지는 것은 비극적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절차의 지연 또한 사업추진을 막고 있다. 예비이전 후보지가 선정된 지 10개월 만에 지난해 말 국방부 장관 주재 선정위원회가 처음으로 개최되었다. 이날 지자체 간 합의를 우선시하기로 하면서 4개 자치단체장이 모여 다시 전문가위원회가 판단하기로 하였지만, 세부적인 추진방식에 대한 합의는 난항을 겪고 있다.

이제 더는 망설여서는 안 된다. 통합공항은 비단 군위군과 의성군만의 문제가 아니라 무산된 영남권 신공항의 재도전이자, 대구·경북 민의 염원이 담긴 대업(大業)이다. 이러한 점에서 지자체 간의 합의는 대구·경북이 오랜 역사에 기초한 한뿌리 공동체라는 것을 증명함과 동시에 상생의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제대로 된 하늘길을 지역 스스로 열 기회가 찾아왔는데, 이를 스스로 내치는 우를 범해선 안 될 것이다.

더군다나, 지자체별 유리한 입장을 내세우면서 또 다른 갈등을 키우게 된다면 가뜩이나 상처 난 지역 민심에 또 한 번 아픔을 주는 결과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통합공항 건설이라는 대형 프로젝트를 무산시키는 결과를 낳을지도 모른다. 지금부터라도 각 지자체가 가지고 있는 이해관계를 내려놓고 서로 양보하면서 접점을 맞춰 대승적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

비행기는 불어오는 바람을 마주하여 이륙한다. 도약하는 미래를 위해 변화는 필연적이다. 통합공항 이전이라는 변화의 바람에 적극적으로 맞서 4개의 지자체가 복잡한 이해관계를 하루빨리 풀고 대구와 경북이 무사히 하나의 비행기에 탑승하여 희망찬 미래로 비상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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