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성 옮김…"순수의 세계는 어떻게 파괴되나"

원시 자연이 살아 숨 쉬는 티베트의 신비로운 공간에 처절한 현실이 뒤얽힌 이야기와 시적인 아름다운 문장들이 돋보이는 소설이 출간돼 주목을 받고 있다.

티베트 출신으로 현재 중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하나인 아라이(阿來·59)의 대표작 ‘공산(空山) 1·2·3’(예담)이 한국어로 번역 출간됐다. 김태성 옮김.

작가는 1959년 중국 쓰촨 성 서북부의 장족 자치구 마얼캉 현에서 태어나 1982년 시를 쓰기 시작해 1980년대 후반에 소설로 전향했다. 1989년 소설집 ‘지난날의 혈흔’으로 중국작가협회 소수민족문학상을 받으며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해 2000년 장편소설 ‘색에 물들다’로 중국의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마오둔 문학상을 최연소로 받았다. 2007년 저명한 중국 평론가 열 명이 꼽은 ‘실력파 중국 작가’ 순위에서 노벨문학상 작가인 모옌을 뒤이어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티베트 출신인 그는 “문학의 빛이 한 번도 비춘 적이 없는 공간”인 티베트에 관해 무엇이든 써야 한다는 작가적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공산’은 이런 의지가 잘 발현된 작품이다. 이 소설은 1950년대 후반부터 중국 공산주의와 신(新)사회 문명이 티베트 산골 마을에 들어오면서 꽃잎처럼 겹겹이 포개진 신령스러운 산들이 점점 황폐한 공간으로 변모해 가는 과정을 그린다. 자연이 파괴되면서 그 안에서 살던 인간들의 영혼도 함께 파괴된다.

한국어판으로는 3권으로 묶였지만, 소설의 원래 구성은 6편으로 이뤄져 있다. 하나의 이야기가 관통하는 것이 아니라 6편의 이야기가 연작소설 형태로 이어진다. ‘지촌’ 마을이라는 배경은 같지만, 중심인물이 각각 다르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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