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국가정보원(국정원), 검찰, 경찰 등 3대 사정 기관을 개혁하겠다는 종합 청사진을 내놨다. 핵심은 국정원이 대북·해외 정보 기능만 맡는 전문 정보기관으로 바뀐다.

청와대가 14일 발표한 ‘문재인 정부 권력기관 개혁방안’에 따르면 기존의 국정원은 대공수사권을 경찰청 산하 ‘안보수사처’(가칭)로 넘겨주고 대북·해외기능만 맡고 명칭도 ‘대외안보정보원’으로 변경된다. 독점적 기소권과 직접수사권, 경찰 수사 지휘권 등 막강한 권한을 가졌던 검찰은 수사권한을 경찰과 신설될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로 대거 이관한다. 주요 사건의 일차적 수사는 ‘수사경찰’이 담당하고,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와 기소는 공수처가 맡게 된다. 검찰의 직접수사는 경제·금융 등 특수수사로 한정된다.

이 방안에 따르면 경찰 조직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수사경찰과 행정경찰 기능이 분리된다. 시·도 지사 산하의 자치경찰을 신설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경찰청에는 수사경찰을 지휘하는 ‘국가수사본부’(가칭)와 대공수사를 전담하는 ‘안보수사처’(가칭)가 신설된다. 전문가들은 경찰을 수사경찰, 행정경찰, 자치경찰로 분리하는 것에 대한 이론(異論)도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국정원, 검찰, 경찰이 자체 개혁안을 발표했지만, 이번에는 종합적인 개혁 청사진을 내놓은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9대 대선 후보 시절 발표한 공약과 유사하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민주화 시대가 열린 후에도 권력기관은 조직 편의에 따라 국민의 반대편에 서 왔다”면서 “촛불 시민혁명에 따라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악순환을 끊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번 개혁안은 청와대와 여당의 일방적인 추진이 아니라 대상기관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검경의 권한을 두고 기관 간 갈등이 노출될 수 있다. 또 대공수사권을 경찰에 넘겨줌에 따라 국정원의 대공·대북 정보수집 능력이 현저하게 저하될 수 있다. 또 국내정보와 해외정보가 두부 자르듯이 구분되는 것도 아니다.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따른 안보위기 상황에서 국정원의 대공·대북 정보역량은 아무리 강조해도 무리가 아니다.

개혁안은 국회의 입법 과정을 거쳐야 한다. 6월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국회 사법개혁위원회의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한국당은 당장 청와대의 개혁안에 대해 “권력기관을 수족처럼 부리겠다는 개악이자 사개특위를 무력화하려는 독재적이고 오만한 발상”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국가의 중요한 조직에 대한 여야의 원만한 숙의와 타협 역량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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