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 44분의 방이
5시 45분의 방에게
누워 있는 나를 넘겨주는 것
슬픈 집 한채를 들여다보듯
몸을 비추던 햇살이
불현듯 그 온기를 거두어가는 것
멀리서 수원은사시나무 한그루가 쓰러지고
나무 껍질이 시들기 시작하는 것
시든 손등이 더는 보이지 않게 되는 것
5시 45분에서 기억은 멈추어 있고
아무도 쓰러진 나무를 거두어가지 않는 것


그토록 오래 서 있었던 뼈와 살
비로소 아프기 시작하고
가만, 가만, 가만히
금이 간 갈비뼈를 혼자 쓰다듬는 저녁





감상) 이제는 그만 멈추었으면 좋겠다 싶은 때, 절정보다는 그 직전의 순간, 무언가 한 가지는 남겨놓고 싶은 미련의 순간, 그래서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는 고통의 순간, 이제는 그만 멈추어야겠어 내가 나에게 선언하는, 그 고통을 최대한 몸 깊숙이 받아들이는 순간.(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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