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부터 27일까지

권혁규作
2018년 봉산문화회관의 기획전시 ‘또 다른 영역-나 그리기’는 2014년의 ‘be anda; 이름 없는 땅으로’, 2015년의 ‘META; 이름 없는 영역에서’, 2016년의 ‘또 다른 가능성으로부터’, 2017년의 ‘또 다른 가능성의 영역’에 이은 특화전시 프로그램이다. 전시기간은 16일부터 27일까지이다.

대구지역 시각예술가 집단의 전략적 전시활동을 지지하려는 이 전시는 자생적으로 결성해 예술의 실천을 탐구해온 소규모 미술가 집단과 최근 우리 지역의 ‘청년예술가’ 육성 프로그램에 의해서 선정된 개별 미술가들의 집합, 이 두 집단을 함께 초청하여, 또 다른 영역으로서 드로잉 행위에 주목하면서 예술과 삶의 기본 혹은 본질, 근원으로서 ‘나’를 그리려는 예술가들의 태도를 소개하려는 취지를 담고 있다.

권혁규는 미디어와 센서에 의한 데이터 변환(translate)를 통해 인간의 인지 감각을 초월한 본연의 심상과 대면하려는 ‘나’의 존재를 그린다.

김봉수는 권력과 부에 대한 욕망으로 순수를 잃어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피노키오의 코에 투영하며, 피노키오 얼굴에 반사된 우리 모두의 ‘나’ 자신을 그린다.

김재경은 새로운 사람과 시간과 공간을 경험하는 산책 드로잉으로써 자신의 ‘나’를 그리고, 일상의 여유, 즐거움, 자연과의 친화를 소중하게 가꾼다.

김주현은 가득 채워진 화면이 서서히 비워지는 영상을 통하여, 힘을 주어 획(劃)을 긋는 반복적인 몰입 행위의 과정 속에 드러나는 즐거운 ‘나’를 그린다.

류현민은 대립되는 한국정치사의 2인과 관련 있는 장소를 촬영하고, 이 사진을 입체 구조화한 피에타상의 제시로 불완전한 ‘나’ 자신의 상실감을 그린다.

방정호는 애니메이션 작업과 영상을 통해, 비인간적, 비윤리적 행위 혹은 왜곡된 사회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상황에 대한 ‘나’의 생각을 그린다.

신은정은 회화의 기본인 ‘선’으로 정교하게 그리는 행위와 사포로 갈아내는 행위의 반복을 통해 ‘나’와 주변의 관계들을 채움과 상실로 재해석한다.

안동일의 출품작 ‘12월 31일 07시 47분부터 1월 1일 07시 47분까지의 기록’은 창에 비치는 빛을 낯선 풍경 보기로 제시하며 자아에 집중하는 ‘나’를 그린다.

이기철은 ‘Fat pet’을 통해 사회가 아닌 자신이 원하는 삶을, ‘rabbit’을 통해 공평한 세상을 생각하고, 그 소통과 ‘나’의 감동을 그린다.

이원기은 ‘응축된 시간’, ‘핏빛 향연’, ‘내가 가진 응어리’ 등 ‘나’ 자신이 품고 있는 비가시적인 대상과 이야기를 신체의 조형 행위를 통한 흔적으로 기록한다.

장하윤은 결혼, 임신, 출산, 육아 등 급격하고 생소하게 변화되는 여성의 삶을 경험하고, 예술가의 시선으로서 ‘나’의 인상과 내면 상태 등을 그린다.

정연주는 중국 레지던시 기간동안 방문한 황산의 감성을 회화와 영상으로 담아내며, 누군가에게 혹은 ‘나’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을 시작한다.

정재훈은 목수로서 직접 제작한 테이블과 의자, 10년 전에 그렸던 수십 장의 설계도면을 제시하는 ‘나’를 그리며 ‘왜 작업을 하지 못하는가?’라는 묻는다.

정지현은 촬영 행위를 그린 ‘shooter’와 수확 행위를 그린 ‘harvester’를 통해 관찰한 인물이나 풍경에 숨겨진 창조적 의미 전달자로서 ‘나’를 그린다.

이들은 이제, 예술이 상품화되고 격리돼 고립화되는 세상에서 또 다른 시각예술의 영역을 찾으려고 한다. 이에 ‘또 다른 영역-나 그리기’의 드로잉 행위는 가시적인 것에 가려져 있어 주목하지 못했던 기본의 경로로서 ‘나’를 그리는 행위, 그리고 무모해 보일 정도로 열성적인 작은 집단의 유대와 그 활동이 새로운 변화와 다른 영역을 개척하는 실험의 태도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김봉수作
류현민作
이기철作
이원기作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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