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소나무로 지은 집에서 태어나 소나무 가지를 꽂은 금줄로 세상에 태어났음을 알린다. 소나무 삭정이로 불을 지펴 음식을 해 먹고 죽어서는 소나무 관에 들어간다. 우리 문화는 소나무 문화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나무의 ‘솔’은 으뜸을 뜻하는 옛말 ‘수리’라는 말이 변한 것으로 나무 중의 나무라는 뜻이다. 조선시대에는 국가적 차원에서 소나무를 귀하게 여겼다. 존송(尊松)사상이다. 울진의 금강송 숲 등 조선시대 왕궁에서 사용하던 목재인 황장목이 자라는 산에는 벌목을 금지하는 황장봉표(黃腸封標)를 두었다. 자연석에다 금송(禁松)의 글을 새겼다.

“바위 위에 천 년을 살았지만 늙지 않는 소나무(石上千年不老松·석상천년불노송)/ 비늘 모양이 하늘을 오르는 용의 기세(蒼鱗蹙蹙勢騰龍·창린축축세등룡)/ 아득한 절벽 위에 사는 모습(生當絶壑臨無底·생당절학임무저)/ 하늘로 기운 뿜으며 준봉 깔고 앉았다(氣拂層霄壓埈峯·기불층소압준봉)/ 본성 화려하게 꾸미는 것 원치 않아(不願靑紅狀本性·불원청홍상본성)/ 복숭아 오얏 같은 용모는 따르지 않으리(肯隧桃李媚芳容·긍수도리미방용)/ 바위 감은 뿌리는 거북껍질 뱀을 닮아(深根養得龜蛇骨·심근양득구사골)/ 눈서리 내려도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네(霜雪終敎貫大冬·상설종교관대동)” 매화나무와 소나무, 대나무 세한삼우를 사랑한 퇴계 이황은 ‘영송(詠松)’ 7언율시로 오상고절의 소나무를 우러러 보았다.

소나무를 이렇게 칭송하던 퇴계 이황의 도산서원에 소나무 한 그루가 서원 밖으로 내쳐진다. 일왕을 상징하는 수종인 금송(金松)이다. 이 금송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도산서원 성역화 사업 준공을 기념하기 위해 1970년 12월 청와대 집무실 앞에 있던 것을 옮겨심었다가 2년 만에 말라죽자 당시 안동군이 같은 수종을 구해 몰래 그 자리에 심은 것이다. 일제 강점기에는 일본인 식물학자들이 소나무는 땅이 척박한 곳에서 자라는 나무로 소나무가 많이 자라는 나라는 망하게 될 것이라는 저주를 퍼뜨리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감옥에 있는 문재인 정부 때 하필 옮긴다니 모종의 뜻이 있는 듯 하지만 일왕의 상징인 데다 도산서원 전체 경관이나 조경과 전혀 어울리지 않기도 해서 안동시의 결정이 적절해 보인다.

이동욱 편집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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