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 위에 천 년을 살았지만 늙지 않는 소나무(石上千年不老松·석상천년불노송)/ 비늘 모양이 하늘을 오르는 용의 기세(蒼鱗蹙蹙勢騰龍·창린축축세등룡)/ 아득한 절벽 위에 사는 모습(生當絶壑臨無底·생당절학임무저)/ 하늘로 기운 뿜으며 준봉 깔고 앉았다(氣拂層霄壓埈峯·기불층소압준봉)/ 본성 화려하게 꾸미는 것 원치 않아(不願靑紅狀本性·불원청홍상본성)/ 복숭아 오얏 같은 용모는 따르지 않으리(肯隧桃李媚芳容·긍수도리미방용)/ 바위 감은 뿌리는 거북껍질 뱀을 닮아(深根養得龜蛇骨·심근양득구사골)/ 눈서리 내려도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네(霜雪終敎貫大冬·상설종교관대동)” 매화나무와 소나무, 대나무 세한삼우를 사랑한 퇴계 이황은 ‘영송(詠松)’ 7언율시로 오상고절의 소나무를 우러러 보았다.
소나무를 이렇게 칭송하던 퇴계 이황의 도산서원에 소나무 한 그루가 서원 밖으로 내쳐진다. 일왕을 상징하는 수종인 금송(金松)이다. 이 금송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도산서원 성역화 사업 준공을 기념하기 위해 1970년 12월 청와대 집무실 앞에 있던 것을 옮겨심었다가 2년 만에 말라죽자 당시 안동군이 같은 수종을 구해 몰래 그 자리에 심은 것이다. 일제 강점기에는 일본인 식물학자들이 소나무는 땅이 척박한 곳에서 자라는 나무로 소나무가 많이 자라는 나라는 망하게 될 것이라는 저주를 퍼뜨리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감옥에 있는 문재인 정부 때 하필 옮긴다니 모종의 뜻이 있는 듯 하지만 일왕의 상징인 데다 도산서원 전체 경관이나 조경과 전혀 어울리지 않기도 해서 안동시의 결정이 적절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