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경비원 휴게시간 변경·제조업체 근무형태 조정 검토
인력충원없어 고용 질 악화 우려···"임금삭감 꼼수" 불만도 잇따라

1일 자로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아파트 경비원 등 교대근무 및 시급을 받는 취약계층의 고용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일반 제조 업체들도 근무형태를 바꾸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 달서구의 A아파트.

A아파트는 지난 15일부터 경비원 휴게 시간을 변경한다는 공고를 냈다.

1천여 세대인 이 아파트는 총 12명의 경비원이 근무하고 있다. 근무형태는 밤 9시 교대에서 6명이 24시간 동안 근무 한 뒤 맞교대로 변경됐다.

휴게 시간도 주간 1시간 30분, 야간 4시간 30분 등 총 6시간에서 주간 3시간, 야간 5시간 30분 등 총 8시간 30분으로 늘었다.

근무시간이 2시간 줄어드는 셈이다.

이 아파트 관리실은 경비원 임금이 월평균 급여만 185만 원에서 191만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휴게 시간을 늘려 고용은 유지 했지만 관리비가 10%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대구의 자동차 부품업체도 현장 근무 형태 변경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업체는 2조 2교대인 것을 3조 2교대로 바꿔 근무시간을 조정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근무형태 변경에 따른 충원 인원, 기존 근로자 월급 감소 폭, 감소 폭에 대한 보상 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다.

결과적으로 근무시간을 줄여 경영 악화를 낮추겠다는 뜻이다.

이 업체 관계자는 “3조 2교대로 바뀌는 고용은 늘어날 수 있다”면서도 “지금 상황으로는 비정규직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아 오히려 고용형태는 나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동자들도 불만이 많기는 마찬가지다.

이미 최저임금을 넘게 받는 사무직 등은 타격이 없지만 시급 적용을 받는 취약계층에 오히려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최저임금 인상분이 반영된 다음 달 월급을 받아봐야 제대로 알겠지만 실질적으로 임금이 동결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임금 인상이 물가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데 실질 임금이 줄면 생활이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A아파트 경비원의 경우 수치적으로 5만 원이 올랐지만 24시간 근무를 고려하면 별 차이 없다.

또한 야간 근무에 사용하는 휴게 시간은 큰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야간 근무를 서는 데 휴게 시간이라고 긴장의 끊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비원은 “야간 휴게 시간에 잠을 자던지 쉴 수 있다”며 “그렇다고 만약 불이 나면 휴게 시간이니까 가만 있으라는 것이 말이 되냐”고 전했다. 결국 “야간 수당을 제대로 주지 않으려는 꼼수에 불과하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더 큰 문제는 지금은 눈치가 보여 고용 감소로 이어지지 않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 해고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공포가 커지고 있다.

그나마 다행히 아직 취약계층 해고 사태는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최저임금 신고센터는 최저임금 준수, 부당해고 등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각종 신고를 접수 받고 있다.

16일 현재 아직 접수된 사항은 없다.

그렇다고 노동청조차 안심하기는 이르다고 전했다.

최근 경비·주유소 협회 등과 최저임금 인사에 대한 간담회를 지속적으로 진행했으며 현장의 불만이 적지 않은 것을 직접 느꼈다.

법 위반이기 때문에 지금은 큰 문제가 없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노동청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김현목 기자
김현목 기자 hmkim@kyongbuk.com

대구 구·군청, 교육청, 스포츠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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