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언덕에 사방으로 열린 집이 있었다

낮에 흩어졌던 새들이 큰 팽나무에 날아와 앉았다

한놈 한놈 한곳을 향해 웅크려 있다

일제히 응시하는 것들은 구슬프고 무섭다

가난한 애비를 둔 식구들처럼

무리에는 볼이 튼 어린 새도 있었다

어두워지자 팽나무가 제 식구들을 데리고 사라졌다





감상) 방 한 구석에 이불을 차곡차곡 쌓아놓고 지낸 몇 달이다. 잠시 다니러왔던 아이가 덮던 이불이다. 아이의 여운을 오래 가지려고 그 이불을 치워버리지 못했다. 가끔 햇살에 그 이불들을 내다 넌다. 그리고는 다시 그 자리에 쌓아두었다. 그날 저녁 아이가 온다는 소식이라도 받은 것처럼.(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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