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노인 빈곤의 상징적 장면이 있다. 마을마다 한 두 명씩 눈에 띄는 폐지 줍는 노인들이다. 우리 마을에도 한 할아버지가 날마다 폐지를 줍고 있다. 힘겹게 손수레를 끌고 다니며 가정에서 내놓는 폐지들을 실어 간다. 그는 마을 가운데 있는 작은 정자 옆에 차곡차곡 폐지를 모았다가 어디엔가 내다 팔곤 한다. 이 할아버지에 대한 소문도 무성하다. 살만한 부자인데 소일거리로 폐지를 줍는다거나 의지할 가족이 없어서 폐지 수거로 생계를 잇고 있을 것이란 추측 등이다.

이 할아버지는 최근 폐지를 줍는 반경이 전보다 훨씬 넓어졌다. 폐지를 수거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전에는 마을의 중심지역에서만 봐 왔는데 지금은 멀리 다른 마을에서까지 폐지를 모으는 모습이 눈에 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폐지 수거 경쟁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포터 트럭을 몰고 다니며 휑하니 폐지를 수거해 가는 중늙은이 폐지 수거꾼이 가세했기 때문이다. 어쩌다 볼 때면 이 할아버지의 등이 지난해 여름보다 훨씬 더 굽어 있어서 고단한 생활의 무게를 느낄 수 있다.

보건복지부가 아직 제대로 된 조사가 없는 ‘폐지 줍는 노인들’ 실태조사를 벌인다고 한다. 폐지 줍는 노인의 수는 물론 이들이 폐지를 줍게 된 이유, 기초생활보장 대상자 여부 등 구체적인 실상을 조사할 계획이다. 사실 폐지 줍는 노인들 가운데는 생계보다 소일거리로 하거나, 경로당의 공동경비 마련을 위해 폐지를 줍는 노인들도 있다.

복지부가 3년마다 실시하는 노인실태조사(2014년)에서 “일하고 있다”고 답한 2970명 중 4.4%가 폐지를 줍는다고 답했다. 이를 토대로 전체 노인 710만 명 가운데 약 9만 명 가량이 폐지를 줍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폐지 줍는 노인들에 대한 정보는 극히 피상적이다. 철저한 조사를 해서 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소득 보장 등 근본적인 복지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영국 정부는 ‘외로움’이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는 슬픈 문제라면서 외로운 노인들을 위한 ‘외로움 담당 차관’까지 임명했다는데 우리는 아직 거리에서 폐지를 줍는 노인의 수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아직 여기까지 와 있다.
이동욱 편집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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