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교도소, 칠곡 계모 아동학대 사망 사건 친부 가석방 추진
피해자 "보호자지정 동의 없었고 주소·전화번호 공개돼" 강력 반발

‘칠곡 의붓딸 학대 치사 사건’ 피해 어린이의 계모 임모(왼쪽)씨와 아버지 김모씨가 선고공판이 열리는 대구지법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
이른바 ‘칠곡 계모 아동학대 사건’으로 옥에 갇힌 친부 김모(42)씨에 대한 가석방이 추진되고 있어 피해자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 이 사건으로 계모 임모(40)씨 때문에 8살 딸이 죽었고, 친부와 계모는 12살 딸에게도 온갖 학대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15년과 징역 4년의 형을 확정받아 복역 중이다.

4월 만기출소를 앞둔 김씨의 가석방을 추진한 상주교도소에 대해서도 피해를 본 친딸(17)과 친딸을 보호 중인 김씨의 누나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2020년 출소를 앞둔 초등생 성폭행범 조두순의 출소를 반대하는 글이 청와대 청원 게시판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21일 법무부와 상주교도소에 따르면, 상주교도소는 가석방 예비심사를 거쳐 지난해 12월 법무부에 가석방 심사위원회에서 4월 만기출소를 앞둔 김씨에 대한 가석방 허가 여부를 심의해달라는 신청서를 냈다. 심사위원회에서 허가 결정이 나면 법무부 장관이 최종 허가 여부를 정한다.

상주교도소 분류심사과 관계자는 “유기징역으로 형기의 3분의 1 이상을 채운 데다 모범수인 김씨는 가석방 심사 대상 요건을 모두 갖췄기 때문에 가석방을 추진하는 게 당연하다”면서 “사건 당시 범죄행위보다는 수용생활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가석방 조건에 출소 후 거주지와 보호자 지정이 필요한데, 이를 놓고 피해자 측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씨의 누나는 “상주교도소 교도관이 보호자 지정에 동의해달라는 전화를 해와 가족회의를 거쳐 동의하지 못하겠다고 답한 게 전부인데, 피해자인 내가 가해자의 가석방을 위해 동의서를 써줬다는 서류가 법무부에 올라갔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건강하게 잘 성장하고 있는 조카를 위해 몰래 이사를 했는데, 그 주소지와 전화번호까지 가해자인 동생에게 공개됐다”며 “보호자 지정 부동의 의사를 밝힌 이후 교도소에 있는 동생이 수시로 나에게 전화를 해와 협조하라고 강요하고 있어 고통스럽다”고 호소했다.

특히 김씨의 누나는 “학대를 당한 조카가 친부의 출소일이 가까워지자 두려움에 떨고 있다”면서 “주소와 전화번호까지 모두 공개된 마당에 동생이 앙심을 품고 찾아와 해코지하지 않을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해당 교도관은 “작년 12월 10일 김씨의 누나가 전화통화를 하면서 보호자 지정 동의를 고려해보겠다고 해서 법무부에 서류를 넘겼다”는 주장만 되풀이했다. 반발이 거세지자 “‘피해자의 법감정을 고려해달라’는 의견을 법무부에 추가로 제시했기 때문에 가석방 허가가 쉽게 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피해자 측의 반발이 드세자, 법무부도 “김씨에 대한 가석방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아동학대 범죄에 대해 엄격하게 심사하고 있다”면서 “김씨가 누나의 주소와 전화번호를 취득한 경위는 우리로서는 알 수 없다”고 해명했다.

아동학대예방 시민단체인 천사들의 둥지 관계자는 “홍철호 의원이 최근 국민적 공분을 산 아동학대 사건 피의자 신상을 공개하는 법안을 냈고, 아동성폭행범 조두순의 출소를 반대하는 청원이 쇄도하는 분위기를 교정 당국이 알기나 한지 모르겠다”면서 “지은 죄에 비해 미미한 형을 받은 것도 모자라 가석방까지 거론되는 김씨 때문에 피해자들은 여전히 가슴을 치며 두려워하고 있다. 정부 차원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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