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초 ‘아버지 아카데미’ 올해 대구 전역 시행
자녀와 함께하는 요리·가족캠프 등 프로그램 다채

지난해 월성종합사회복지관에서 진행된 아버지 아카데미에 참여한 아버지들이 요리 실습 교육을 받고 있다. 대구시 제공.

대구에서 자영업을 하는 하재영(39)씨에게는 아주 특별한 졸업장이 있다. 3살, 5살 두 아들과 작년 6월부터 3개월간 참여한 ‘아버지 아카데미’ 수료증이다. 이곳에서 아버지로서, 부모로서 역할을 제대로 배웠다. 돈 한 푼 들이지 않고서다.

그는 매주 수요일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달서구 월성종합복지관에서 진행된 아버지 아카데미에서 마파두부, 떡, 케이크, 누룽지탕, 고추 잡채 등의 요리법을 두 아들과 함께 배웠다. 양성평등 시대에 맞게 아빠가 직접 요리하고 아이들의 육아까지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무엇보다 가족과 함께 캠프나 체험학습을 하면서 아버지의 역할에 대해 배웠고, 아빠로서 내면탐색 수업을 통해서는 자녀와 마음 나누는 법과 밥상머리에서 가족과 좋은 대화를 나누는 방법도 익혔다. 

하씨는 “유치원에 다니는 두 아들이 요리를 배우면서 크게 기뻐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고, 요리를 배운 날이면 아내와 오붓하게 만찬을 즐기면서 사이가 더 돈독해졌다”면서 “아버지, 부모로서 역할에 대해 깊게 고민하게 해준 아버지 아카데미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했다.

대구시가 지난해 월성종합사회복지관에서 진행한 ‘아버지 아카데미’가 올해는 대구 전역으로 확대된다. 기독교를 믿는 아버지를 중심으로 한 아버지 학교가 있었으나, 지방자치단체가 직장인 아버지들을 고려해 퇴근 이후 별도 시간을 마련해 진행한 아버지 아카데미는 전국에서 처음이다. 생계 부양의 무거운 책임을 지고 직장에만 매달린 아버지의 모습이 아닌 아내, 자녀와 평등한 관계 속에서 친밀감 있고 애착 있는 아버지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준 덕분에 호응이 매우 크다.

요리를 매개체로 한 아버지·부모교육에 방점을 찍은 아버지 아카데미는 지난해 대구시가 1000만 원의 예산을 지원해 월성종합사회복지관이 운영했으며, 32명의 참여자 중 30명이 모든 교육을 받고 수료증을 손에 쥐었다. 이 가운데 9명은 ‘정다운프렌디’라는 별도 동아리를 만들어 아버지 아카데미를 널리 알리거나 봉사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다정다감 프렌디’라는 제목으로 진행한 아버지 아카데미는 아버지 자신을 돌아보는 MBTI 자기탐색에서부터 가족과 관계회복, 요리 실습 및 가족요리대회, 자녀와 함께하는 가족튼튼캠프 등의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지난해 대구시 아버지 아카데미에 참여한 가족이 가족튼튼캠프 프로그램 중 하나로 승마체험을 하고 있다. 대구시 제공.
‘정다운 프렌디’ 동아리에 가입한 참여자 오재훈(32)씨는 “교육비 한 푼 안 들이고도 자녀와 가족 화합을 이루는 방법을 상세하게 배울 수 있어서 만족스럽다”며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요리교실이 대구 전역으로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대구시는 올해 아버지 아카데미를 중·남구, 서·북구, 달성군, 동·수성구, 달서구 등 5개 권역으로 나눠 확대 시행한다. 참여 인원도 180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영숙 대구시 여성가족정책관은 “2012년 수성구청이 한시적으로 시행한 이후 2016년 수성구 건강가정센터가 제안한 이후 지난해 대구시가 전국 최초로 시행할 수 있었다”면서 “요리뿐만 아니라 가족캠프에서 승마체험과 전통놀이체험 등을 거치면서 아버지의 역할, 부모와 자녀 사이 상호작용을 제공하면서 놀라운 변화를 확인한 만큼 더 많은 시민이 아버지 아카데미를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프렌디=프렌드(friend)+대디(daddy) 합친 신조어.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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