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선기 칠곡군수
남사당패는 조선 후기 전국의 장터와 마을을 돌며 춤과 곡예로 서민들의 삶과 애환을 달랬다.

우두머리인 꼭두쇠를 중심으로 40명에서 60명이 무리를 이루어 풍물(농악), 버나(대접 돌리기), 살판(땅재주), 어름(줄타기), 덧베기(탈놀이), 덜미(꼭두각시놀음) 등의 공연을 했다.

남사당패는 특별한 보수 없이 숙식만 제공 받고 마을의 큰 마당이나 장터에서 신명 나게 밤새워 놀이판을 벌였다.

요즘 말로 하면 재능기부인 셈이다.

이들의 공연 중 외줄에만 몸을 의지한 채 하늘을 향해 힘차게 솟구쳤다 떨어지는 줄타기 공연은 남사당패 공연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줄타기가 마치 얼음 위를 걷듯이 조심스럽다고 해서 ‘어름’이라 했고 어름을 타는 사람을 ‘어름사니’라 불렀다.

이러한 어름사니가 2015년 칠곡군에서 재능기부 단체로 재탄생됐다.

칠곡군은 나눔의 문턱을 낮추어 지역사회에 나눔 문화를 더욱 확산하기 위해 기초자치단체로는 최초로 재능기부 단체인 어름사니를 결성했다.

어름사니를 통해 나눔의 개념이 현금과 물질을 넘어 재능으로 확대되자 경제적, 시간적, 나이 등의 이유로 나눔을 실천하지 못했던 주민들의 동참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또 재능기부를 통한 일상생활에서 실천하는 나눔은 지역 사회를 더욱 건강하게 만들고 통합하는 촉매 역할을 했다.

칠곡군 어름사니는 조선 시대 어름사니처럼 아슬아슬한 줄 위에서 신비에 가까운 묘기를 부릴 수 있는 특별한 재주와 능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다.

또 어름사니가 되기 위해서 특별한 능력과 자격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다만 자신이 가진 작은 재능과 땀 한 방울까지도 나누려는 의지만 있다면 누구나 가입과 활동이 가능하다.

유치원생부터 아흔을 바라보는 백발의 어르신까지 지역 재주꾼 210명이 어름사니의 이름으로 이웃을 위해 재능과 끼를 나누고 있다.

노래, 인형 음악극, 오카리나, 색소폰, 통기타 등의 각종 공연은 물론이고 손 마사지, 이침, 기사작성, 드론, 학습지도 등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공유하고 있다.

최연소 어름사니 단원인 이유나·지선(6) 쌍둥이 자매는 앙증맞은 노래와 율동으로 나이 지긋한 주름진 어르신의 얼굴을 웃음꽃으로 활짝 피우게 한다.

최고령 단원인 서저원(86) 어르신은 걸쭉한 도깨비 목소리로 아이들을 꿈과 동심의 세계로 빠져들게 한다.

필자도 어름사니 일원으로 맹호부대 취사병 시절 연마한 요리 재능으로 이웃을 위해 봉사했다.

칠곡군 어름사니는 지역의 크고 작은 행사와 축제가 열리면 언제나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한다.

또 작품 전시회를 열거나 각종 교양강좌의 강사로도 활약한다.

이들도 조선 시대 어름사니처럼 특별한 보상을 바라지 않는다.

다만 공동체를 위해 봉사하고 서로의 재능을 공유하고 있다.

경제적 능력, 나이, 성별을 불문하고 서로 돕거나 도움을 받는 것은 분할이라기보다 공유에 가깝다.

우리 모두를 위해 무엇이든 나누고 공유하자.

무술년 새해 대한민국에 어름사니가 넘쳐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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