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동안 몰래 숨어 지냈는데···주소공개 교정당국 원망스러워"
법무부 "아동학대 엄격 심사"

“피해자일 뿐인데, 엄청난 고통을 왜 받아야 합니까. 국가(교정 당국)가 상식이 있다면 피해자들을 이렇게 힘들게 하지는 못할 겁니다.”

‘칠곡 계모 아동학대 사건’의 친부 김모(42)에게서 상습 학대당한 소리(가명·17)를 입양해 보호하고 있는 김씨의 누나 A씨는 22일 경북일보와 전화인터뷰에서 이렇게 울부짖었다.

김씨가 아동복지법 등의 혐의로 징역 4년의 형을 받고 복역 중인 상주교도소가 4월 10일 만기출소를 앞두고 가석방을 추진(본보 22일 자 5면 단독보도)하는 과정에서 큰 상처를 받았다고 A씨는 이야기했다.

A씨는 “소리와 나, 가족 모두가 피해자이고 상처를 받았는데, 상처를 준 가해자의 가석방을 위해 보호자가 돼 달라고 전화한 자체가 상식에 어긋나는 일”이라면서 “상주교도소 교도관과의 통화에서 보호자 지정 동의를 해준 바가 없는데, 해당 교도관은 언론 인터뷰에서조차 마치 내가 동의를 해준 것처럼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대구보호관찰소에서도 A씨 집에서 김씨가 거주할 방과 경제적 능력 등에 대한 현장조사를 벌이겠다는 통보를 해오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녀는 “엄청난 고통의 상처를 겨우 이겨내면서도 수년을 몰래 이사하며 숨어지냈는데, 8살·12살 두 딸을 가혹하게 학대한 가해자에게 주소까지 공개되도록 한 교정 당국이 원망스럽다”며 “지금이라도 사과해야 하고, 나와 같은 피해자가 더 생기지 않도록 정부가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교 진학을 앞두고 미술 치료사의 꿈을 꾸고 있는 소리도 한때 친아버지였던 김씨에게 이런 말을 남겼다.

“아직 정신을 못 차린 ‘그 사람’(친부)이 출소하면 당장 경찰서로 뛰어가야 하느냐를 고민할 정도로 두렵습니다. 왜 우리는 피해를 입고도 숨어서 두려움에 떨어야 합니까.”

A씨는 “동생(김씨)이 정말 인간이라면 가석방에 매달려 이틀이 멀다 하고 보호자 지정 동의를 강요하는 전화를 하면 안 된다. 이를 부치기는 상주교도소도 똑같다”면서 “지금이라도 상처를 딛고 일어서려 하는 우리 가족을 괴롭히는 짓을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교정 당국은 여전히 피해자들의 고통을 깊이 새기지 못했다.

상주교도소 분류심사과 김주현 교감은 “작년 12월 11일 A씨가 전화로 분명히 동의한다고 했기에 3일 뒤 법무부에 가석방 심사를 요청했다”는 주장만 되풀이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초범에 1급 우량수여서 가석방 심사 조건이 맞다. 사람 여러 명 죽인 살인범도 가석방으로 나가는 세상이다”며 “김씨가 출소하면 소리 거주지 근처에 가지 않고 멀리서 지켜보면서 학비를 모으겠다고 약속했다.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도 했다.

보호자의 동의 없이 김씨에 대한 가석방 심사 추진 경위 조사 의향을 법무부에 문의했지만, 법무부 측은 “가석방 심사 때 아동학대 범죄에 대해 엄격하게 심사하고 있다. 경위 조사 여부는 검토 후 답변하겠다”고 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