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건 모두

곰팡이와 벌레에게 포식당했다.

단단하고, 질기고, 비뚤어진 것만이

남았다, 마디와 옹이가

아직 그를 지탱해준다.







감상) 커튼을 내리면 하루가 지고 커튼을 올리면 하루가 시작된다. 대낮에도 커튼이 내려진 집들 내게만 대낮일 뿐 누군가는 지난 하루를 다 잠재울 수 없어서 밤새도록 불면을 앓았을 지도 모를 일이다. 밤새도록 불면을 앓은 이여, 남은 것이 옹이로 가득한 고통뿐이라 하더라도 그건 이미 어제의 것 커튼을 열면 포슬포슬 살 오른 오늘의 햇살이 그대의 발치에 와서 반짝이리라 그 햇살이 다. 닳을 때까지 우리는 하루를 잘 살면 되는 것.(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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