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2009년 신종플루 이후 최악…어린이 사망자만 최소 37명 집계

최근 독감이 유행하며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3일 서울 중구 제일병원 소아청소년과를 찾은 가족이 자녀에게 마스크를 착용시키고 있다. 연합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지독한 독감을 앓고 있다. 이웃 나라인 일본, 중국을 비롯해 미국, 유럽에서도 독감이 기승을 부린다. 일부 국가에선 사망자가 속출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27일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동아시아, 북미, 유럽을 포함해 아프리카에서도 독감 환자가 발생했다.

지난 19일을 기준으로 유병률(조사한 호흡기 환자 중 독감 확진 비율)이 30%를 넘는 국가 목록에 한국, 일본, 중국을 비롯해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스웨덴, 노르웨이 등 유럽과 모로코, 알제리, 이집트, 소말리아, 케냐, 탄자니아 등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까지 고루 걸쳐있다.

국내에서는 독감 주의보가 발령된 상태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작년 12월 1일 독감 유행주의보를 발령한 이후, 외래진료를 받으러 온 환자 1천 명당 독감 의심환자 수는 계속 증가해 올해 첫째 주 72.1명까지 치솟았다.

둘째 주인 7∼13일에는 69.0명으로 감소했지만, 그 기세는 여전한 만큼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는 게 보건당국의 당부다.

미국은 2009년 유행했던 신종플루(일명 ‘돼지 독감’·H1N1) 이후 약 10년 만에 최악의 독감 사태를 맞았다.

독감으로 숨진 어린이만 최소 37명에 이른다고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밝혔다. 미국에서는 병원 방문 환자 중 6.6%가 독감 증상을 보여 2009년(7.7%) 이후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영국 역시 2010∼2011년 독감 유행 이후 최악의 상황이라고 공중보건국이 발표했다. 영국에서 올겨울 독감으로 숨진 사망자는 155명으로, 전년의 3배 수준이다.

그중 35명이 최근 1주일새 숨졌다. 작년 1월 같은 기간 독감 사망자 11명의 3배를 넘는다.

일본도 독감으로 벌벌 떨고 있다.

일본은 지난 15∼21일 1개 의료기관당 독감 환자 수가 51.93명으로, 집계가 시작된 1999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일본 전역의 의료기관에서 독감 진단을 받은 환자 수는 283만 명에 달한다. 일주일 전에 비해 112만 명(65.4%)이나 늘어난 것이다. 독감으로 입원한 환자 수는 2천370명으로 전주보다 36% 증가했다.

독감 확산에 각급 학교의 휴교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휴교한 학교 수는 7천536곳으로 전주보다 47배나 늘었다.

중국에서는 이번 독감이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보다 더 지독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대기가 건조하고 일교차가 심한 탓에 독감이 급속히 확산하는 양상이다.

신화통신은 올겨울 독감 감염자가 이전 3년에 비해 71%나 늘었다고 지난 12일 보도한 바 있다.

중국에선 늘어난 독감 환자가 병원에 몰리면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환자들이 의사를 만나기 위해 병원 복도에서 밤을 새우는 풍경까지 벌어지고 있다. 베이징 한 병원의 응급실을 찾은 남성이 누빔 재킷으로 몸을 감싼 채 병원 복도에서 사흘을 보낸 사례가 보도되기도 했다.

각국의 보건당국들은 지금이라도 예방접종을 할 것을 권고했다. 특히 영·유아와 65세 이상 노인 등 고위험군에 대해서는 예방접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추위가 이어지면서 독감이 더 확산할 수 있는 만큼 외출 후에는 손을 씻는 등 예방수칙을 철저히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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