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나가면
일곱 번 태어나리-
불난 집에서
눈보라 치는 병원에서
광란의 정신 병원에서
바람이 휘몰아치는 밀밭에서
종이 울리는 수도원에서
비명을 지르는 돼지우리 속에서
여섯 아이가 울었어도 충분하지 않아-
너 자신이 일곱 번째 아이라야 해!


생존을 위한 싸움을 할 때에는
적에게 일곱 사람을 보여라-
일요일 하루는 쉬는 사람
월요일에 일하기 시작하는 사람
대가 없이 가르치는 사람
물에 빠져 수영을 배운 사람
숲을 이룰 씨앗이 되는 사람
야만의 선조들이 보호해 주는 사람
하지만 그들의 재주로는 충분하지 않아-
너 자신이 일곱 번째라야 해!

(후략)




감상) 그가 빨간 목폴라 티를 입고 왔다. 칠십 가까운 나이에 소화하는 주황 빨강이 노을처럼 아름답다. 그는 십년 동안 한 번도 입어본 적 없는 옷이라며 겸연쩍어 했다. 우리는 그의 노년이 저렇게 붉게 아름다울 거라 확신했다. 그를 바라보는 우리 여섯도 저렇게 붉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하기도 하면서.(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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