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수동 전 대구시청 마라톤클럽 부회장
토요일 어둑새벽이다. 매섭게 칼바람이 윙윙거리는 대구스타디움에 운동복 차림의 동호인들이 하나둘 모여든다. 내뿜는 입김은 시린 듯 하얗다. 이내 스무 명을 훌쩍 넘는다. 이들은 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스트레칭에 열중하다가 대열을 갖추어 삭풍을 뚫고 달려간다.

이들은 대구시청마라톤클럽(이하 대시마)회원들이다.

대시마는 ‘달리면서 봉사한다’는 슬로건 아래 2001년에 발족하였다. 그해 4월 경주벚꽃마라톤대회에 참가한 10여 명이 의기투합한 것이다. 그 후 17년 동안 한결같이 달리면서 건강을 유지하고 친목도 다지며 서울, 춘천, 경주 등 전국대회에 참가해 대구 알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에는 광주시와 마라톤대회에 교류참가를 하는 등 달빛동맹사업에도 적극적이다. 이들은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스스로 신명이 나서 달린다. 자신의 건강을 지키고 지역발전에도 한몫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넘친다.

대부분 회원은 풀코스를 완주한 경험이 있고 100km 울트라마라톤 완주자 8명, Sub-3 (풀코스 3시간 이내 완주) 주자 4명, 풀코스 100회 완주자 등 쟁쟁한 실력을 갖춘 회원들이 있어 자랑스럽다. 발족 당시에는 회원들이 150여 명에 이를 정도로 활성화되었으나 요즘에는 70여 명으로 줄어들었다.

이처럼 마라톤의 열기가 식어가는 것은 젊은 직원들이 마라톤이 너무 힘든 운동이라고 멀리하기 때문이다.

대시마 회원들에게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아있다. 대회유치를 위해 국토종단이어달리기에 참가하여 임진각까지 달려가서 기원제를 올렸으며, 대회 성공개최를 위해 깃발홍보단을 만들어 마라톤대회 참가 때마다 깃발을 들고 달리던 일이 눈에 선하기 때문이다. 대회 후에는 대구가 ‘국제육상도시’에 선정되는 기쁨도 맛봤다.

달리기는 신이 내린 보약이자 몸 안을 맑게 청소하는 즐거운 놀이라고 할 수 있다. 마라톤은 오랫동안 달리는 운동이기 때문에 시작하기 전에 심장질환, 혈압 등 기초적인 건강 체크가 필요하다. 충분한 준비운동을 하고 무리하지 않는다면 적은 경비로 건강을 유지하고 건전하게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웰빙 취미 활동이다.

동호회를 통해 사회성이 넓어지며, 직장생활에서도 자신감이 생기고 활력소가 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날카로운 바람의 날이 폐부 깊숙이 파고든다. 동장군이 똬리를 틀고 앉아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누군가 말했다. 추위가 매서울수록 봄이 가까이 오고 있는 것이라고. 움츠러드는 몸에는 한기가 찾아든다. 오늘부터 운동화 끈을 졸라매고 동네 한 바퀴를 달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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