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억 원대 비자금을 만들어 사적용도로 사용한 혐의를 받는 박인규 대구은행장이 지난해 10월 피의자 신분으로 대구지방경찰청에 출두하고 있다. 경북일보 DB
속보= 경찰이 30억 원대 비자금을 만들어 일부를 개인적으로 쓴 혐의를 받는 박인규(63) 대구은행장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재신청했다.

대구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9일 박 행장에 대해 업무상 횡령과 업무상 배임, 사문서 위조와 위조 사문서 행사 등 4가지 혐의를 적용해 대구지검에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전·현직 비서실장을 포함해 과장급 이상 간부 17명도 입건한 상태다.

앞서 대구지검은 지난달 20일 주요 혐의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경찰이 전날 신청한 영장을 기각했으며, 보완수사를 통해 영장 재신청이 들어오면 구속수사가 필요한지 검토해 영장 기각이나 법원 청구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보완수사를 통해 범죄사실을 소명했고, 박 행장의 범죄사실이 가볍지 않고 중대해 영장을 재신청했다”면서 “박 행장이 조사과정에서 말을 자꾸 바꾼 점, 스마트폰을 교체하거나 관련 정보를 삭제한 데다 수사를 받은 직원들과 말을 맞추는 등 증거인멸의 우려가 높은 점을 종합하면 구속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2014년 3월 27일 취임한 박 행장은 그해 4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법인카드로 32억7000여만 원 어치의 상품권을 샀다. 사회공헌부에서 정상적으로 구매한 2억7000여만 원을 빼고 30억 원의 비자금을 만든 것이다. 상품권환전소에서 1억 원에 가까운 수수료를 떼고 현금 26억 원을 손에 쥐었고, 3억 원 상당의 상품권은 현금화하지 않고 사용했다.

박 행장은 조성한 비자금 29억 원을 직원 격려비나 회식비, 내외부 고객 경조사비와 격려금, 회식비 등에 썼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이 가운데 박 행장이 사적 용도로 사용한 돈을 1억 원 정도로 보고 있고, 상품권 깡을 하면서 수수료를 내고 법인카드로 구매한 수백만 원짜리 양복과 명품백 등을 생일선물로 받는 1억 원 정도의 손실을 회사에 끼쳤다고 판단하고 있다. 횡령액과 배임액을 각각 1억여 원으로 보고 있다.

대구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관계자는 “애초 횡령액을 1억6000만 원 정도로 봤는데, 박 행장이 회장 등으로 활동한 각종 모임 회비를 비롯해 공적으로 사용했다고 강력하게 주장한 경조사비 등을 영장 재신청 때는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제외해 횡령액이 1억 원 정도로 줄었다”고 말했다.

박 행장과 간부들은 또 접착형 메모지나 볼펜 등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하는 1만 원 미만의 홍보물만 고객사은품을 살 수 있는데, 상품권을 구매하면서 이를 어긴 것을 감추기 위해 메모지나 볼펜 등을 실제 구매한 것처럼 속인 허위의 영수증을 증빙서류로 첨부한 혐의도 받고 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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