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월한 지도자들은 분노와 자만심을 스스로 무덤을 파는 지름길로 생각했다. “거울은 흔들림 없이 맑은 상태를 보존해야 아름다움과 추함을 비교해 낼 수 있으며, 저울은 흔들림 없이 정확함을 유지해야 가벼움과 무거움을 그대로 잴 수 있다.” 한비자는 평정심을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꼽았다.
정치적 리더가 자신의 감정을 조절, 균형을 이룬다면 정치적 선택은 올바른 결정으로 이어가겠지만 자신의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한쪽으로 기울고 흔들리면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없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시절 부총리 존 프레스곳이 한 지역 노동당 집회에 참석, 달걀 세례를 당했다. 분노를 참지 못한 프레스곳은 부총리로서의 자제력을 잃고 달걀을 던진 사람과 난투극을 벌였다. 이 일을 두고 야당인 보수당은 프레스곳을 향해 맹공을 퍼부었다. “젊은이들에게 프레스곳의 만용적 행동을 보여주어서는 안 된다”며 사임을 압박했다. 한순간의 분노를 참지 못한 프레스곳은 결국 부총리직에서 물러났다.
자신의 이익보다 조직의 이익, 국가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지도자는 분노를 자제할 줄 안다. “나는 완전히 울분에 젖어 있는 것 같소. 나의 모든 부분이 살과 피, 뼈와 혼이 완전히 무력화, 견디기 힘든 지독한 시련을 겪고 있는 당신을 전혀 도울 수 없다는 게 어찌나 원통하고 분한지 말이요” 종신형을 선고받고 남아공 로벤 섬의 차가운 감방에 수감돼 있던 넬슨 만델라가 아내에게 보낸 편지다. 대통령이 된 만델라는 27년 옥살이의 분노를 잊고 자신을 감옥에 보낸 백인들을 처벌하지 않고 용서, 대통합을 이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정치보복’ 발언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한 문재인 대통령이 만델라의 대도(大道)를 돌아봤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