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원 경북 생명의 숲 상임 대표 인터뷰

이재원 경북생명의 숲 상임대표가 느티나무에 이름표를 달고 있다.
“한 그루 나무와 숲의 관계는 사람과 사회, 개인과 조직 생활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인간성 상실의 시대, 숲은 인간에게 공존공생의 지혜를 말 없이 전하고 있습니다.”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는 경북생명의 숲의 이재원(48·사진) 상임대표는 숲의 가치와 사람간의 관계라는 화두와 같은 질문에 ‘숲 예찬론’을 펼치며 이처럼 답했다.

그는 두 사람이 기대선 모양의 사람 인(人)처럼, 숲의 어원인 ‘수풀’또한 풀과 나무, 넝쿨이 엉켜서 함께 산다는 뜻이라고 했다.

이를 통해 “홀로 있지 않고 나란히 선 나무가 수풀 림(林)이 되듯 미생물, 곤충, 새와 숲 속 동물이 모여 숲에서 혼자가 아닌 함께 존재하고 같이 생활하는데 인간 역시 이 생태계 고리 속에 있지만 현대인들은 그 사실을 잊고 있다”며 숲이 가진 인문학적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포항 중앙동 경북 생명의 숲 사무실에서 이재원 상임대표..
그가 경북지역 상임대표인 생명의 숲은 IMF 경제 위기가 한파처럼 몰아친 직후인 지난 1998년 ‘숲도 가꾸고 일자리도 만들어 두 마리 토끼를 잡자’는 취지로 창립된 전국규모 사단법인 단체다.

사방사업기념공원이 있어 포항과도 인연이 깊은 산림녹화 사업이 지난 1970년대 활발히 진행된지 20년만에 다시 시작된 전국규모 산 가꾸기 운동이었다.

생명의 숲 국민 운동은 헐벗은 산을 많은 인원을 동원해 단지 빠르게 심고 가꾸자는 조림에서 더 나아가 경제적 사회적으로 숲과 산을 제대로 잘 가꿔보자는 시민 프로젝트.

숲 전문가, 환경 운동가는 물론 시민들과 함께 도시숲·학교숲 조성 등 다양한 숲관련 공익 사업을 펼치고 있다.

또 숲생태체험지도사도 양성해 경북생명의 숲이 위탁운영 중인 포항 흥해읍 도음산유아숲체험원에서 아이들에게 흙과 낙엽을 만지며 유익한 균과 함께 놀며 숲을 즐기는 법을 안내하고 있다.

포항에서 이재원 화인피부비뇨기과를 운영하며 시민들의 피부를 치료하고 있는 그는 숲의 치유 기능에도 주목하고 있다.

생명의 숲 운동이 20주년을 맞았지만 환경분야 최대 이슈 중 하나인 중국발 황사와 미세먼지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고, 각박한 세태 속 정서적 힐링의 필요성도 날로 증대되고 있다.

이 상임대표는 “숲은 황사와 먼지를 줄여 쾌적함과 청량감을 선사하고 산소와 피톤치드를 제공한다”며 “등산과 산책 공간으로 힐링숲은 문자 그대로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 다름 아닌 인간에게 많은 것을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2월부터 상임 대표를 맡아 ‘시민에게 혜택을, 회원에게 보람을’이라는 숲의 소중함을 알려온 그는 다음 달 취임 첫 돌을 맞는다.

이재원 상임대표와 경북생명의 숲 회원들이 지난해 경북산림문화축제에 참여해 반려식물을 시민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이 단체의 공익적인 활동을 알음알음 알려 취임 초 220명이던 회원도 500명으로 배나 불었다.

스무 개 나이테가 더해져 성년이 된 경북생명의 숲은 올해 시민들에게 한층 더 다가선다.

포항은 천연기념물 흥해읍 북송리 북천숲을 비롯해 송라면 하송리 여인의 숲, 기북면 오덕리 덕동숲 등 유서 깊은 숲과 오랜 세월 마을을 지킨 노거수가 많다.

이 상임대표는 이러한 숲과 나무의 역사와 가치를 스토리텔링해 시민들에게 잘 알려주는 ‘포항의 숲과 나무’ 책자를 발간해 시민들에게는 감동과 자긍심을 주고 문화 콘텐츠화할 계획이다.

또 숲의 인문학적 가치를 발굴하는 ‘숲 문화제’도 오는 9월 열 예정이다.

숲 백일장과 숲 사생대회, 숲 음악제·영화제를 담아 숲과 함께하는 문화와 예술의 향기로 시민들에게 물들인다.

그가 이렇듯 숲의 가치에 주목하는 것은 문화와 예술, 그리고 인문학적에 대한 오랜 탐구심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재원 상임대표와 경북생명의 숲 회원들이 도심숲 가꾸기 행사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고교 시절 들은 판소리에 ‘망치로 머리를 맞은 것처럼 큰 충격과 감동을 받았다’는 그는 이후 ‘지음’이라는 국악공연을 기획해 우리 소리 저변이 부족한 포항에 판소리의 뿌리를 퍼뜨리고자 노력했다.

또 푸른문화학교라는 시민 인문학 강좌도 열어 사회·경제·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저명 전문가를 초청해 지역 인문학 토양을 비옥하게 했다.

숲 문화제 등 숲의 인문학적 가치 재발견 또한 이러한 행보와 사람에 대한 그의 깊은 애정의 발로, 그 연장선으로 보인다.

이 상임 대표는 ‘이름을 부르고 기억하면 사람도 친해집니다. 도심 숲에, 동네에, 가까이 집 안 화단에 있는 쉽게 접하지만 막상 이름을 모르는 나무에 이름표 달기 운동도 진행해 숲과 나무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키워 나갈 생각입니다”며 “생명의 숲 활동에 시민 여러분의 많은 동참과 관심을 당부드립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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