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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원 경북생명의숲 상임대표·화인의원 원장
김영삼 전 대통령은 “지금 우리는 안으로 30년의 적폐를 씻어내고 국제화, 개방화, 세계화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1993.11.29. 국회 본회의 연설 중에서)고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건국 50년간의 적폐 청산과 국정의 총체적 개혁”(1999.2.3. 제2의 건국한마음다짐대회 치사 중에서)으로 더 나아갔다.

포항 출신 이명박 전 대통령도 “10년 동안 아마추어 정권이 쌓아온 적폐를 말끔히 씻어내야 한다”(2007. 12. 대선 유세 중에서)고 역설했고, 첫 탄핵대통령이 된 박근혜 전 대통령도 “오랜 세월 사회 곳곳에 누적된 적폐를 개혁하겠다”(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던 2014.4. 국무회의에서 중에서)며 적폐청산을 강조했다.

어디 이뿐인가. 제1야당 홍준표 대표 역시 “쌀 직불금 사건은 참여정부 때 저질러진 대표적 예산 낭비사례고 적폐 중 적폐”(2008. 10. 23. 당시 한나라당 원내대표로 당 최고위원 회의에서)라 했고,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29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밀양화재참사를 언급하며 “안전을 뒷전이나 낭비로 여겼던 안전불감증·적당주의야말로 청산해야 할 적폐”라고 말했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화두는 단연 적폐청산(積弊淸算)이다. 적폐청산이란 오랫동안 쌓인 부패, 비리 등의 폐단을 깨끗이 씻어 버린다는 뜻이다. 권력과 사람이 바뀔 때마다 적폐청산의 목소리는 똑같이 반복되고 있다. 돌이켜보면 적폐청산은 지난 20년 넘게 말의 성찬에 불과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번 밀양참사를 두고 제천사고의 판박이라고 한다. 정부와 정치권 인사들이 사고현장으로 앞다투어 달려가 하는 말들이나 대규모 인력을 투입하여 사고수습에 나서는 모습들은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이러한 안전불감증과 후속대응은 그야말로 적폐 중 적폐이다.

지난해 11·15 지진을 겪으며 고통과 어려움, 불안과 공포에 시달렸던 포항시민의 마음은 이러한 반복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들이 더욱 안타까울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고향 사람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아왔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 각종 의혹에 휩싸이며 헤드라인 뉴스로 다뤄지는 모습을 시청하는 포항시민들의 마음은 안타까움을 넘어 심란하기 그지없다.

포항지진의 진앙이었던 흥해는 이 전 대통령의 고향이다. 그래서 포항시는 이 전 대통령이 태어난 덕실마을에 기념관과 주차장 등을 마련했고, 포항시민들 또한 대통령을 배출한 도시로서 자긍심이 대단히 높았다. 하지만 고향 사람들이 지진으로 힘들어할 때 그는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의 방문을 바랐던 포항시민들의 기대와 자긍심은 실망과 허탈감으로 바뀌었다.

이 전 대통령은 현재 다스 실소유주 의혹과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 의혹을 받고 있다. 대부분 언론에서는 이 전 대통령이 평창올림픽 이후 검찰의 포토라인에 서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의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은 지난 26일 국정원으로부터 불법자금 1억 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출석했다.

사실 포항시민들은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지역발전에 대한 기대가 매우 높았다. 그러나 포항과 경북은 야당의 ‘형님예산’ 공세에 지역정치권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오히려 역차별을 받았다. 당시 철강을 비롯한 지역경제는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고, 경북 동해안은 아직도 교통오지로 남아있다. 이 전 대통령은 이제 적폐로까지 몰리는 상황이다. 적폐는 그 뿌리가 워낙 깊어 청산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전 대통령 스스로가 명백히 진실을 밝히고 혹 잘못이 있다면 국민에게 사과하는 것이 그나마 포항시민들의 자존심에 두 번 다시 상처를 입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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