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패로 깎아 무얼 만들겠다는 거지?
100퍼센트 돼지로 만든 식탁
삼겹살과 핏줄과 신경의 무늬가 생생한 책장과 장롱
숨 쉬는 통돼지로 기둥을 세우고 벽을 만들어
친환경이라는 목조 주택
신문에 끼어 온 전단지에서 본 그 광고들인가?


전기톱은 깊은 숲으로 가서
아름드리 라지화이트종 한 마리를 골라 베었겠네
잎과 가지가 다 흔들리도록 비명을 지르다
그루터기만 남기고 돼지는 풀썩 쓰러졌겠네
고소한 비린내가 나무 향이 되도록
사방으로 튀던 피와 비명이 무늬목이 되도록
얼마나 오랫동안
대패는 그 돼지를 쓰다듬고 핥으며 길들였을까



(후략)






감상) 휘파람을 불려고 아무리 입술을 오므려 내밀어도 아무 소리도 나지 않던 때, 지치고 힘들어 포기하려는 순간 어디에서 나온 소린지도 모르게 휘리릭 입술을 타고 나가던 피리 소리. 신기해서 다시 시작하면 어김없이 사라지곤 하던 그 소리. 입술이 피리가 되기까지 돼지가 나무가 되기까지 우리는 얼마나 많이 입술을 오물오물해야 하는 건지.(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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