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농산물 이용 옛날방식으로 발효···전통 발효식초 시장 저변 확대에 최선

초산정 한상준대표
음식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식초이다. 식초가 웰빙식품으로 인기를 끌면서 차별화된 전통 식초를 찾는 소비자들이 매년 늘고 있다.

음식의 맛을 좌우하는 대표 조미료인 ‘식초’에는 최근 천연 살균제로도 유명해져 만능 음식 식재료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또 과일이나 채소를 식초와 함께 발효시켜 피부미용이나 다이어트의 목적으로 찾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그중에서도 유독 주목받고 있는 식초는 100% 천연 발효식초다. 100% 천연 발효식초에는 수백억 마리의 젖산균이 살고 있어 우리 몸의 면역력을 올리는 데 효과가 좋기 때문이다.

숙성을 시작한 날을 보여주며 1년간 장독 항아리에서 숙성을 거쳐 완성된 제품단계 까지를 설명하고 있다.
△식초 명인 한상준

오직 13년을 전통식초제조에 빠져 살아가는 식초 명인이 있다. 그는 바로 경북 예천군 용궁면 송암리에서 ‘초산정’전통 식초를 만드는 한상준(49) 대표이다.

29일 오후 3시 작은 시골 마을 어귀에 있는 전통식초‘초산정’은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한 현미, 찹쌀, 보리, 기장, 차조 등 오곡에 누룩을 넣어 발효시키면 주변에 초파리들이 까맣게 붙어 식초가 맛있게 익어간다. 잊힌 전통식초 제조법을 복원해 그 맥을 이어가는 공장은 시큼한 내음이 진동한다.

전통식초 제조업체인 ‘초산정’은 물·공기·햇빛·자연과 더불어 국내 친환경 농산물이 만나 자연발효식초로 한국의 미( 味)를 전해주는 선물이다.

한상준 대표는 첫인상은 바쁜 직장인처럼 연신 전화벨이 울리고 제수씨인 직원과 신제품 식초 비누 연구에 대한 의견을 나누며 분주하면서도 소녀 같은 해 맑은 미소를 가진 시큼한 남자였다. 의상도 ‘식초 명인’ 처럼 개량 한복 바지가 잘 어울려 보였다.

초산정 공장 모습
한 대표는 가난이 싫어 고향을 떠나 학사 출신 대위로 8년간 군에 복무하다 제대 후 서울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와 유통 영업직을 하다 30대 중반 고향에 홀로 계시는 노모 걱정에 귀촌을 결심하게 된다.

당시를 회상하며 한 대표는 “막상 귀촌하려고 하니 돈도 안 되는 농사일은 하기 싫고 선택한 것이 부가가치가 높고 경쟁력이 뛰어난 우리 땅에서 난 오곡을 이용한 전통 식초였다”고 했다.

이때부터 발효 기술을 배우기 위해 1년여 동안 전북 정읍, 경남 합천 등 전국의 개인 식초제조업자들과 영농조합을 찾아다녔다. 일본의 흑초 산지인 가고시마현을 오가며 발효식초 시장을 벤치마킹했다. 일본에서 식초가 조미와 음료 등 다양하게 활용되는 것에 놀랐다. 심지어 식초 전문 카페나 식초 전문 레스토랑이 인기를 얻는 것을 보며 가슴이 뛰었다. 전통 발효식초 시장의 가능성에 대한 확신이 들면서 그의 행보가 빨라졌다.

경북 예천군 용궁면 송암리에 있는 ‘초산정’전통식초공장
고향에 내려온 한 대표는 식초 공장 투자자본이 없어 은행을 비롯한 지인 친구들에게 투자비를 구하려고 돌아다녔지만, 선득 자금을 구할 수가 없었다.

결국 50만 원에 전통 식초공장을 짓고 시행착오를 거쳐 마침내 순수 국내 농산물로 만든‘오곡미초’가 완성됐지만, 판로가 없어 좌절감에 빠지면서 귀촌을 한 후회에 빠졌다. 식초연구에만 빠져 유통과 판로 홍보경험이 없었다. 이때부터 한 대표는 방송사마다 전통 식초‘초산정’을 알리는 글을 올리고 예천군청 공보계를 찾아다니며 노력한 결과 지역일간지에 짤막한 기사가 실리면서 ‘6시 내 고향 프로에 알려지면서 서서히 매출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현재 그가 창업한 전통식초 제조업체 ‘초산정’은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전국 450여 개 유통업소에 전통 방식의 프리미엄 발효 식초를 공급하고 있다. 한 해에 15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며 프리미엄 식초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한 대표는 곡물 원료를 전량 예천군 농가에서 공급받는다. 22개 농가(16만5300㎡)와 계약을 맺고 정부수매가 보다 20% 비싼 가격으로 사들인다. 그가 만든 식초는 쌀누룩을 사용해 전통항아리에서 옛날 방식으로 발효시킨다.

초산정의 550여개의 장독이 전통식초를 생산하기 위해 식초를 숙성시키고 있다.
10대 필수 아미노산이 일반 식초보다 15배 이상 많다.‘초산정’은 누룩 방과 여과기, 압착기, 살균기 등을 갖춘 현대화된 공장에서 ‘오곡명초’를 비롯해 마시는 초 콩 오곡유자 식초 초밀란 마늘환 식초비누 초배즙 등 11가지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처음으로 전통 식초규격 초안을 만든 것에 대해 한 대표는 “네. 미숫가루, 장아찌, 족발 같은 먹을거리에도 정부가 인증하는 표준규격이 있어요. 그런데 식초는 없었어요. 그래서 당시 농림부(현 농식품부)에 ‘전통식초 규격을 만들어달라’고 건의했더니 ‘식초가 옛날부터 우리 전통식품이었는지 자료를 가져오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향약집성방’ ‘음식디미방’ 등 선조들의 기록을 가져다줬더니 한국식품연구원에서 연락이 왔어요. 같이 규격을 만들자고요. 그래서 각종 전문가 회의를 거쳐 2008년 1월 4일 전통식초인 곡물식초 규격을 만들었고 첫 품질인증을 받아 그때 전통식초의 현실을 보면서 ‘제대로 살려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꿈속에서도 식초를 만들었을 정도로 미쳤다”고 했다.

한국전통발효아카데미에‘한상준식초학교’를 설립하는 등 일주일에도 몇 번씩 예천과 서울을 오가며 전통식초에 관한 특강을 하고 있다.
한 대표는 식초 분야에선 항상 ‘최초’ ‘선구자’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 등과 한국전통식품 곡물 식초규격 초안을 만들었고, 국내 최초로 전통식초 신지식인에 선정됐으며, 국내 최초 곡물 식초 전통식품 품질인증을 획득한 전통식초 명인이다.

또 한국전통발효아카데미에‘한상준식초학교’를 설립하는 등 일주일에도 몇 번씩 예천과 서울을 오가며 전통식초에 관한 특강을 하고 있다.

수강료 수입금은 한국전통식초협회운영비로 전액 기부하고 있다. 한 대표가 한국전통식초협회도 만들고 현재 회장을 맡고 있다.

또 이화여대·우송대·경운대에서 식품영양학과 학생들을 상대로 강의도 하고 있다. 한 대표는 “교육과 강연을 통해 식초장인을 많이 키워내 전체 전통발효식초 시장을 넓히는 일에 매진하고 싶다”며 “서울의 식초학교를 고향인 경북 예천으로 옮기고 식초박물관을 건립할 계획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만 기자
이상만 기자 smlee@kyongbuk.com

경북도청, 경북경찰청, 안동, 예천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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