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장미는 고대부터 순결, 순수한 사랑, 평화의 상징이었다. 중세 때는 성모 마리아, 빅토리아 시대엔 구애를 뜻했다. 백장미가 ‘비폭력’, ‘저항’의 상징으로 쓰인 것은 나치 때 ‘백장미단’ 이후부터다. 백장미단은 뮌헨대 학생 5명과 교수 1명이 결성한 반나치 그룹이다. 1942년 6월부터 1943년 2월까지 나치를 비판하며 저항을 촉구하는 전단을 여섯 차례 배포했다. 이들 6명 전원은 발각돼 사형당했다. 한스 숄, 소피 숄 남매와 크리스토프 프롭스트는 체포된 지 나흘 만에 사형선고를 받고 곧바로 처형됐다. 한스 숄은 “자유여 영원하라”는 유언을 남기고 단두대에서 최후를 맞았다.

지난 28일 그래미 시상식 드레스 코드는 ‘하얀 장미’였다. 역사적으로 희망, 평화, 공감, 저항을 상징하는 ‘하얀 장미’다. 할리우드 거물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성추행 사건으로 촉발된 성폭력 고발 ‘#미투 운동(Me too·나도 당했다는 뜻)’이 시상식장에 번진 것이다. 팝가수 레이디 가가는 오른쪽 가슴에 흰장미 두 송이를 달고 등장했다. 컨트리 가수 레베 매킨타이어는 왼쪽 가슴에 흰장미를 달고 나와 “자신이 대우받고 싶은 대로 서로 대우를 하는 것이 기본 원리”라 말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 7일 열린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대조적이었다. 시상식장은 온통 검은빛으로 가득했다. 이날 공로상을 받은 검은 드레스 차림의 오프라 윈프리는 “여성은 강하다. 이제 우리가 알고 있는 진실을 밝히자”고 했다.

지난해 10월 뉴욕타임스의 와인스틴 사건 폭로로 시작된 ‘미투 운동’이 전 세계로 번지고 있다. 중국 베이징항공항천대학 박사 졸업생 뤄첸첸은 천샤오우 교수의 성희롱을 웨이보를 통해 고발했다. 천 교수로부터 피해를 당한 여학생 7명도 뤄첸첸의 폭로에 용기를 내 증언했다.

한국도 미투 운동 확산 조짐이다.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가 한 방송에 나와 법무부 간부로부터 강제추행 당한 후 인사상 불이익까지 받았다고 주장하면서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당시 추행한 안태근 검사와 사건을 알고도 덮은 검찰국장을 반드시 조사해 처벌하라는 요구로 들끓고 있다. 한국판 #미투 운동 파장이 어디까지 일지 관심거리다.

이동욱 편집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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