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60m 회랑식 건물터 확인···십이지신상 등 대규모 유구 발견
성림문화재硏, 금동불입상 등 7점 불상 유물로 ‘왕실 사원’ 확인

경주시 구황동 전 황복사지 발굴현장에서 신라 왕실사원의 위엄을 보여주는 대규모 유구가 발견됐다. 사진은 대석단 건물지 북편 부속 건물지 모습. 문화재청 제공
경주시 구황동 낭산 자락에 위치한 황복사가 신라왕실 사찰임을 확인할 수 있는 대규모 유구가 발견됐다.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 경주 낭산 일원에서 발굴조사를 하고 있는 (재)성림문화재연구원(원장 박광열)은 황복사지에서 신라 왕실사원의 위엄을 보여주는 대석단 기단과 십이지신상 기단의 건물지와 회랑지가 발견됐고, 연못 등에서 금동입불상과 보살입상 7점 등 1000여점의 유물이 나왔다고 31일 밝혔다.

황복사는 1942년 경주 황복사지 삼층석탑(국보 제37호)을 해체 수리할 때 나온 황복사탑 사리함에서 확인된 명문 ‘종묘성령선원가람’을 통해 신라 왕실의 종묘적 기능을 한 왕실사원일 것으로 추정되는 사찰이다.

당시 삼층석탑의 해체수리 과정에서 금제여래입상(국보 제79호), 금제여래좌상(국보 제80호)도 확인되어 주목을 받았다.

문화재청은 전 황복사지의 실체 규명과 유적의 보존정비를 위해 2016년 6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경주시 구황동 100번지 일대의 과수원과 경작지를 대상으로 1차 발굴을 진행했다.

그 결과, 효성왕(재위 737~742)을 위한 미완성 왕릉과 통일신라 시대 건물지, 도로 등을 확인했다.

2017년 8월부터 시작한 2차 조사에서는 (전)황복사지 삼층석탑 동쪽으로 약 30m 떨어진 경작지를 대상으로 했다.

조사결과 통일신라 시대 십이지신상 기단 건물지, 대석단 기단 건물지와 부속 건물지 그리고 회랑 터, 담장 터, 배수로, 도로, 연못 등 신라왕실 사찰임을 확인할 수 있는 대규모의 유구를 발견했다.

이번 발굴조사에서 왕실사원의 위엄을 가장 잘 보여주는 건물지는 대석단 기단 건물지이다.

서쪽의 십이지신상 기단 건물지에 덧붙여 조성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동·남쪽 면에는 돌을 다듬은 장대석을, 북쪽 면에는 자연석을 쌓아 약 60m에 이르는 대석단을 구축한 후 전면 중앙부 북쪽에 돌계단을 설치했다.

경주시 구황동 전 황복사지 발굴현장에서 신라 왕실사원의 위엄을 보여주는 대규모 유구가 발견됐다. 사진은 출토된 금동입불상 및 보살상. 문화재청 제공
대석단 기단 건물지는 내부를 회랑을 돌린 독특한 구조로 이는 현재까지 경주지역에서 확인되지 않은 가람배치 방식이다.

이러한 특징을 통해 특수한 용도의 건물이거나 (전)황복사지의 중심 건물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십이지신상 기단 건물지는 십이지신상 4구(묘(卯, 토끼), 사(巳, 뱀), 오(午, 말), 미(未, 양))가 조각된 석재가 불규칙한 간격으로 놓여 있으며, 대석단 건물지와 함께 (전)황복사지의 중요 전각지로 보고 있다.

한편 출토된 1000여 점 이상의 유물은 대부분 토기와 기와이며, 대체로 7∼9세기에 해당하는 것으로 장식이 화려한 신장상 화상석, 치미, 기와 등을 통해 당시 격조 높은 건축물이 들어서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금동불입상과 금동보살입상 등 7점의 불상 유물은 (전)황복사지가 7~10세기까지 신라 왕실사원으로 유지됐음을 보여준다.

이번 2차 발굴조사는 통일신라 시대 왕실사원과 신라왕경 연구에 중요한 자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황기환 기자
황기환 기자 hgeeh@kyongbuk.com

동남부권 본부장, 경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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