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 한수원 지원금 불발···예산 없어 예비비 확보 발등

경주시립노인요양병원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아 환자와 종사자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사진은 시립병원 입원환자들이 재활치료을 받고 있는 모습.
경주시립노인전문요양병원에 화재초기진압시설인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아 300여 명에 이르는 환자 및 종사자들이 화재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특히 경주시립노인요양병원은 경북도 내 11개 시군립노인요양병원 중 유일하게 스프링클러 시설이 없지만, 경주시는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아직 구체적인 설치계획 조차 마련치 않고 있어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2006년 문을 연 경주시립병원은 연건평 4375㎡에 지하 1층 지상 2층의 슬라브 건물구조로 199병상 규모로 건립됐다.

현재 어르신 환자 190여 명과 간호사 등 종사자 100여 명 등 300여 명이 근무하면서 노인들의 재활치료와 요양병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지하층을 제외한 건물 대부분에는 대형화재의 초기진압에 가장 중요한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아, 환자는 물론 보호자들이 크게 불안해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 발생한 밀양 세종병원 화재로 열악한 소방시설이 사회적 문제로 지적되고 있으나, 경주시는 의무 설치 기간인 오는 6월 말까지 설치하면 된다고 밝혀 입원 환자들의 우려를 외면하고 있다.

하지만 시는 현재까지 스프링클러 설치를 위한 예산을 전혀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져 개정된 소방법에 따른 의무 설치 기간인 6월 말까지도 설치가 요원해 보인다.

특히 시는 시립병원 스프링클러를 한수원 지원금으로 설치하려고 한수원에 도움을 요청한 후 당초 예산 편성도 없이 무작정 기다리다, 지난해 말 한수원으로부터 불가 통보를 받으면서 구체적인 설치계획 추진이 멈춘 상태다.

이처럼 4억여 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는 예산도 전혀 확보되지 않은 데다, 설계와 시공사 공모 등을 거쳐 실제 공사로 이어지기 까지는 수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경주시립노인요양병원 입원 환자 및 종사자들의 안전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경주시립요양병원 입원 환자의 보호자 A씨는 “밀양 화재에서 보듯이 환자들이 많은 요양병원에는 소방설비가 반드시 완벽하게 설치돼 있어야 한다”면서 “경주시에서 관리하는 시립병원이라고 해서 믿었는데, 소방시설이 이렇게 열악한 줄 몰랐다”며 경주시를 비난했다.

이에 대해 경주시 보건소 관계자는 “한수원 지원금으로 스프링클러를 설치할 계획으로 예산을 편성하지 못해 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면서 “예비비 등을 확보해 6월 말까지는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황기환 기자
황기환 기자 hgeeh@kyongbuk.com

동남부권 본부장, 경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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