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부풀려 보조금 신청해도 대구시 감사 권한 없어 속수무책···대구지검 "공무원 연루 정황 없어"

대구 수성구 범물동과 동구 율하동을 잇는 민자도로 범안로의 삼덕요금소 전경. 경북일보 DB.
속보 = 고교 동창, 매제를 회사 고문으로 등재 한 뒤 지급한 월급 되받아 내기. 임직원 특별상여금 과다 지급한 뒤 되돌려 받아 빼돌리기. 이런 방식으로 가로챈 돈이 1억523만 원. 건설면허 없는 고교 동창 회사에 편법으로 일감 몰아주고 공사대금 부풀려 계산해 대구시에서 보조금 타내기. 이런 수법으로 대구시에서 타낸 공사대금 8억4000여만 원. 업자들로부터 받아 횡령한 공사비는 3억2180만 원. 법망을 피하기 위해 과다 계상한 공사대금이나 인건비를 현금으로 돌려받았고, 자신 또는 가족의 계좌에 입금하는 방법으로 치밀하게 범행을 은폐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시가 연간 40억 원 상당의 인건비와 도로 유지관리비 등을 지원한 민자 도로 ‘범안로’를 운영하는 대구동부순환도로(주)의 대표를 지낸 이모(49)씨의 범행 수법이다. 대구지법 제11형사부(황영수 부장판사)가 31일 오전 진행한 이씨 등 피고인 4명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했는데, 이씨와 공범들의 범행의 전모가 드러났다. 대구지검 특수부(부장검사 박승대)도 이날 범안로 관리업체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이씨 등 3명을 구속 기소하고, 나머지 3명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경북일보가 입수한 공소장을 보면, 이씨는 연호고가교 거더(교량의 상부구조물로 빔이나 플레이트 등을 지칭) 재 도장 공사에 전문 면허를 갖추지 못한 고교동창 업체에 주기 위해 공정하지 못한 입찰로 전문 자격을 갖춘 고교선배의 업체에 발주한 뒤 동창 업체에 하도급 방식으로 일감을 몰아줬으며, 공사대금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대구시로부터 8천4000만 원의 공사비를 타냈다. 이씨는 아예 대놓고 공사대금 뒷돈을 요구했으며, 횡령한 돈으로 집을 사거나 골프비용 등에 써버린 것으로 밝혀졌다.

이씨는 대표로 근무하면서 친척을 채용하거나 인건비를 빼돌리는 데 활용했다.

함께 구속 기소된 동서 최모(45)씨를 회사 시설팀장으로 채용했고, 공사비를 부풀리거나 공사를 준 업체에서 현금으로 돌려받아 빼돌리는 범행을 함께 저질렀다. 고교동창이자 친구, 매제 등 2명을 고문으로 허위 등재 한 뒤 이들에게 지급한 월급을 되돌려받는 수법으로 8700여 만 원을 챙겼다. 또 대구시에 협약 상 관리운영비 중 인건비를 초과 사용했다고 보고한 뒤 인건비 예산 2억여 원이 남게 되자 자신과 임원 3명에게 본봉의 400~500%가 넘는 상여금을 지급했고, 임원 3명으로부터 상여금 중 일부인 1800여 만 원을 돌려받아 생활비 등으로 쓰기도 했다.

이씨는 공사비를 부풀려 보조금을 신청하더라도 대구시가 관련 서류를 요구하거나 감사할 권한이 없다는 점을 십분 활용했다. 대구시가 2012년 전국 최초로 동부순환도로 측과 최소수입보장방식(MRG)이 아닌 비용보전방식(SCS)로 실시협약을 변경했지만, 관리비용을 부풀렸다 하더라도 검증할 방법이 전무한 비용보전방식의 한계와 주무관청의 감독기능 상실 때문에 이씨는 마음껏 시민 혈세를 빼돌릴 수 있었다. 실제로 이씨는 횡령 사실을 숨기고 매 3년간의 운영비 조정절차에서 대구시에 관리운영비 상한액대로 비용을 지출했다고 허위 보고했고, 대구시는 이 보고에 따라 실시협약 상 관리운영비 상한액대로 재정지원금을 준 것으로 확인됐다.

김창엽 대구시 도로과장은 “회사 스스로 선임하는 외부회계감사 보고서가 유일한 검증 도구인데, 서류를 맞춰놓고 이면으로 뒷돈을 주고받아서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며 “회사 측에 횡령액 상당 지급 보류를 했으며, 지출 증빙 서류 일체를 회사에서 받아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최태원 대구지검 2차장검사는 “대구시 공무원이 범죄에 연루된 정황은 없었다”고 말했다.

총 연장 7.25㎞, 폭 35~50m, 왕복 6차로 도로인 범안로는 민자 1683억 원 등 2254억 원으로 건설해 2002년 9월 개통했으며, 대구시는 최소운영수입보장 방식으로 추정 통행료 수입의 79.8%까지 재정을 지원했다가 과다 재정지출 논란이 불거진 이후 비용보전방식으로 바꿨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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