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에 개정판…서해문집

‘재즈 잇 업’(Jazz It Up). 서해문집 제공
재즈 평론가 출신 남무성 작가의 수년 전 절판됐던 책 ‘재즈 잇 업’(Jazz It Up)이 새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흔히들 대중음악 감상의 마지막은 재즈라는 얘기를 한다. 핍박받던 흑인들의 위로가 되어주던 음악, 관악기 위주의 낯선 구성, 불규칙적인 리듬, 자유로운 즉흥연주 등은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이 접근하기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남 작가의 활약은 주목할 만하다.

쉽게 재즈를 알릴 수단이 없을까 고민하던 저자는 1900년대부터 시작되는 장대한 재즈의 역사를 익살스럽고 위트 있는 만화로 펼쳐놓았다. 재즈의 발생지 미국은 물론 만화왕국인 일본에서도 찾아볼 수 없던 만화로 그린 재즈 역사책을 펴낸 것이다.

지난 2003년, 2004년 두 차례 출간 당시 음악계와 출판계에 비상한 관심을 모으며 예술 분야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일본의 세계적인 재즈 전문지 에 연재되며 일본·대만에도 수출됐던 ‘재즈 잇 업’은 2015년 절판됐다. 이후 이 책은 음악애호가들과 독자들에 의해 정가의 2~3배 가격으로 중고거래가 이뤄지기도 했다.

저자는 그간 3년 가까운 준비 기간을 거친 뒤 올해 드디어 전체적인 문장을 손보는 것은 물론, 70%의 그림을 다시 그리고 새로운 콘텐츠를 추가해‘15주년 특별 개정판’으로 ‘재즈 잇 업’을 다시 세상에 내놓았다. 15년 만의 개정판인 만큼 기존에 출간된 1∼2권을 합본했다. 재즈 뮤지션에 대한 음악적 평가와 그들의 주요 작품을 조명하는 페이지 등 새로운 콘텐츠도 추가했다.

책은 500페이지라는 한정된 분량에서 재즈의 역사를 시간순으로 다룬다.

먼저 20세기 이전 흑인 노예들의 고단한 삶을 위로하던 노동요가 어떻게 재즈로 발전하는지 짚으며 막을 올린다.

이어 스윙, 비밥, 쿨재즈, 하드 밥, 프리 재즈, 퓨전 재즈, 재즈록, 재즈 삼바, 컨템퍼러리 재즈 등 다양한 스타일이 흥망성쇠 하는 과정을 시대적 맥락과 연결해 보여준다.

3대 여성 재즈 보컬리스트로 꼽히는 빌리 홀리데이, 엘라 피츠제럴드, 사라 본의 드라마틱한 생애를 그린 대목은 절로 이들의 노래를 찾아 듣게 한다.

특히 남 작가 특유의 유머는 강력한 무기다. 친근한 구어체와 코믹한 상황 설정 덕분에 음악 이론을 설명하는 장도 술술 읽힌다.

남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재즈는 아는 만큼 들리는 음악이다. 그만의 배경과 정서를 이해하며 감상하는 게 좋다. 뭐 그렇게까지 하느냐고 묻는다면 도리가 없지만, 내 생각에 재즈는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음악”이라고 말했다.

음악평론가 배순탁은 추천사에서 “재즈라는 어려운 방정식을 이렇듯 재미있게 풀어낼 수 있다니”라고 감탄했고, 뮤지션 웅산은 “그야말로 맛있는 재즈 이야기”라고 말했다. 서해문집. 511쪽. 2만7천원.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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