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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모 서울취재본부장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도 선거에 관심이 점차 늘어난다. 유권자들은 권한이 상당히 큰 지사 교육감 시장 군수 등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면서 하마평을 시작한다. 언제부터인가 조언을 구해오는 출마 준비자들이 있다. 당선 가능성에 대한 조언이다. 아쉬운 것은 “당선 후 어떤 일을 할까요”라고 묻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선거라는 관문을 통과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통과해도 단체장이나 지방의원 직책을 수행할 능력이 부족하다 싶은 사람도 만났다. 대놓고 출마하지 않는 게 좋다고 바른말 하기가 힘들다. 이 난을 통해 공개적으로 답을 대신한다.

우리 선거는 아직 상당한 자금이 든다. 금권선거라는 얘기다. 광역선거는 법이 정한 대로만 쓴다 해도 최소 10여억 원, 기초선거는 수억 원이 든다고 한다. 선거법을 엄격히 강화해서 지금의 선거비용의 10분의 1로 낮추어야 한다. 돈은 더 묶고 후보자의 입은 풀어야 한다. 하지만 현행법으로는 과도한 선거자금으로 인해 재산 있는 자만 선출직 공직에 도전할 수 있다. 그러므로 자금이 부족한 사람은 당선될 경우 이권청탁을 들어주는 조건으로 수억 원의 자금을 받아 쓴다. 승진 뇌물도 공공연하게 거래된다. 제보를 받은 바에 다르면 A 기관장은 관청 납품을 한 업체에 백 억 원 이상 몰아준 후 수억 원의 검은돈을 2중 3중의 브로커를 통해 긁어모았다. 검찰 경찰이 이 글을 읽고 근거를 대달라고 하면 콕 집어서 제공해 줄 수 있다. 교도소 담장 위에 걸어 다니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선거자금을 스스로 댈 자금력이 없는 사람은 출마하지 말라는 것이 답이다. 비극이자 역설이지만 현재는 ‘무항산(無恒産)’은 ‘무선거’가 답이다.

다음은 왜 출마하는가?, 당선 후 무엇을 하려는가 하는 분명한 소신이나 비전이 없다면 출마해서는 안 된다고 답하고 싶다. 나라나 지역을 위해서다. 기초단체장의 사례다. 당선 후 도대체 하는 일이 없었다. 모든 것은 부하 직원(하급관료) 하자는 대로 결재 도장 찍고 관내 행사에 다니며 인사말이나 하는 일이 일과다. 단체장 취직자리 하나 얻어서 누리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꼴이다. 재선을 한 그 B 씨에게 이제 집에 가서 조용히 쉬시라고 권고했다. 그 영향이 있었는지 몰라도 삼선에 출마하지 않았다. 선출직 공직자를 뽑는 이유는 유권자의 의사와 여망을 그 관청에 투입하고 관료를 통제하기 위함이다. 기본을 모르는 분이다. 물론 하려는 목표가 분명해도 비뚤어져서도 안 된다. 지방의원은 지방의원에, 단체장은 단체장에 목표를 맞추어야 한다. 어떤 이는 교육감 4년 내내 시장에 뜻을 두고 업무에 초점을 맞춘 사람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선출직 공직자는 대의민주주의 제도의 하나다. 이 제도의 시스템과 절차, 과정에 대한 철저한 인식이다. 아직 우리 사회는 절차적 민주주의도 미완성이다. 알기 쉽게 말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걸 모르고 대권을 수행했기 때문에 사달이 났다. 권위주의 시대 형식적인 정부 수반, 예를 들면 일본 왕이나, 과거의 만주국 황제 푸이 같은 자리가 아니고서야 어찌 그 엄청나게 무거운 짐을 감당하겠는가. 운명도 가혹하다. 죽은 사람 또 밟는 것이 아니다. 선출직 공직자에 나가려는 사람은 반면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말이다.

요즈음 말하는 정치는 동양적으로 말하면 정사(政事) 치국(治國) 시무(時務), 서양적으로 말하면 폴리틱스(politics)의 하나다. 중앙이나 지방이나 원리는 같다. 폴리틱스는 공동체(폴리스)의 일, 공공의 일을 다루는 일이다. 그만큼 중요하다. 출마준비자에게 너무 겁을 줬나? 위 세 가지 조건을 다 충족시키지 못하더라도, 막스 베버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명의식(召命意識)에 불타는 사람이 있다면 출마를 권한다. 우리식으론 나라와 고을, 서양식으로는 공동체(폴리스)에 공헌하려는 자가 있었기에 역사는 발전 전진 진보하고, 우리를 행복하게 했기 때문이다.
김정모 서울취재본부장
김정모 기자 kjm@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으로 대통령실, 국회, 정당, 경제계, 중앙부처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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