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죽도시장 채소거리에서는 한파로 인해 2주전보다 청량고추, 피망 등 시설채소가 20~30%이상 오른 가격에 거래됐다.설을 앞두고 주부들의 발길이 이어졌지만 지갑을 선뜻 여는 모습을 보기 어려웠다.
기름값이 사상 최장인 27주 연속 오른 데다 최강 한파로 채솟값 등 생활 물가 또한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서민들의 겨울나기를 힘들게 하고 있다.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1월 다섯째 주 국내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격은 전주 대비 4.3원 상승한 1ℓ당 1559.6원을 기록했다. 휘발유 가격은 지난해 7월 넷째 주 1ℓ당 1437.8원을 기록한 뒤 27주 연속, 반년 가량 줄곧 올랐으며 사상 최장 기간 연속 상승이다.

경유 역시 28주째 상승세를 보이며 1ℓ당 1354.5원으로 전주 대비 5.5원 올랐으며, 등유도 1ℓ당 904.3원으로 전주 대비 4.4원 상승했다. 한국석유공사는 기존 상승분이 시차를 두고 반영됨에 따라 국내유가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며 유가 추가 상승 가능성을 시사했다.

기름값이 계속해서 오르자 서민들은 정부의 기름값 정책이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포항 시민 김모(55) 씨는 “기름값이 너무 올라 자가용 타는 것을 자제하고 엄동설한 추위에도 가게 기름 난방을 줄였다”며 “기름값은 서민 생활에 아주 큰 영향을 끼치는데 정부가 기름을 비축한다더니 도대체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기름값을 잡아 줬으면 한다”고 꼬집었다.

채소와 수산물 등 서민 밥상 물가도 한파와 조업 부진으로 많이 올랐다.

3일 포항 죽도시장 내 포항농협 채소공판장에서는 시설 채소를 중심으로 한파가 본격적으로 오기 전인 2주 전보다 20~50%가량 부쩍 뛴 가격에 거래됐다.

청량 고추가 1㎏에 8000원 하던 것이 1만1000원으로, 일반고추도 1㎏에 7500원에서 1만 원으로 올랐다.

피망은 1㎏에 1만 원에 거래돼 같은 기간 2000~2500원 가량 올랐고, 파프리카는 9000원으로 1000~1500원 상승했다.

특히 추위에 얼고 물량이 적은 무는 20㎏ 한 박스가 8000원에서 1만2000원으로 50%가량 급등했다.

손진식 채소공판장장은 “채소 주산지인 경상도를 비롯한 남부지방이 연일 영하권을 기록하면서 채소 작황이 부진해 가격이 부쩍 뛰었다”며 “강추위로 땅이 얼면서 채소 성장이 더디고 공급은 원활하지 못한데 다 하우스 온도를 유지하기 위한 난방비도 많이 들어 설을 앞두고 채소 가격은 더 오를 전망”이라고 말했다.

오징어를 비롯한 수산물도 최근 이어진 풍랑주의보 등 악조건의 기상 상황에 원양어선 조업까지 부진해 높은 가격을 보이고 있다.

오징어는 생물 1마리가 8000~1만2000원 선으로 평소 4000~6000원, 냉동 오징어도 5마리가 1만 원에서 2만 원으로 배 가량 올랐고, 조기는 1상자에 9만 원에서 13만 원으로 40%가량 가격이 상승했다.

포항수협에 따르면 지난 1월 한 달간 출어일은 15일, 수산물 어획량은 80t, 위판액은 57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2일·100t·77억 원에 비해 30%가량 주는 등 조업이 부진했다.

죽도시장에서 어물전을 하는 이모(60·여)씨는 “정부가 ‘물가를 잘 잡고 있고 물가상승률도 낮다’고만 하는데 현실에서는 각종 물가가 줄줄이 치솟고 있다”며 “설을 앞두고 이렇게 오르면 서민들은 어떻게 살까 걱정이 많다. 나라에서 대책을 마련해 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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