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가 올 것이다.
너의 집 문 앞에
너의 거울 속에 도착한 너 자신을
기쁨으로 맞이할 때가.
미소 지으며 서로를 맞이하게 될 때가.


그에게 말하라. 이곳에 앉으라고.
그리고 먹을 것을 차려 주라.
한 때 너 자신이던 그 낯선 이를 너는
다시 사랑하게 될 것이다.
포도주를 주고,
빵을 주라.
너의 가슴을 그에게 돌려주라.
일생 동안 너를 사랑한 그 낯선 이에게
다른 누군가를 찾느라
네가 외면했던 너 자신에게.
온 마음으로 너를 아는 그에게.


책꽂이에 있는 사랑의 편지들을 치우라.
사진과 절망적인 글들도
거울에 보이는 너의 이미지를 벗겨 내라.
앉으라.
그리고 너의 삶을 살라.





감상) 오늘은 나에게 드리워진 커튼을 올리고 겨울햇살을 쪼이게 하자. 점심엔 예쁜 꽃무늬 식탁보 테이블에서 점심을 먹게 하고 디저트로는 달콤한 바나나푸딩 한 조각 먹게 하자. 누군가 전화를 걸어오면 햇살처럼 재잘재잘 전화를 받게 하고 바다가 잘 보이는 찻집에서 만날 약속을 하게 하자. 오늘은 나에게. (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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