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인증서 구매의향 단가 높여 주고 뇌물 수수···대구지검, 한국서부발전 기술본부장 등 구속 기소

한국전력공사에서 분사해 설립된 (주)한국서부발전을 비롯한 발전자회사가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금품수수 등 비리 개입이 가능한 부패구조가 검찰 수사로 확인됐다. REC는 발전사업자가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이용해 전기 등 에너지를 생산·공급했다는 증명으로, 기후변화협약 등에 따라 발전자회사는 매년 일정량 이상을 구매할 의무가 있다.

대구지검 특수부(부장검사 박승대)는 김천 연료전지발전소의 REC를 높은 단가로 매입하겠다는 내용의 구매의향 공문을 발급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뇌물을 받은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한국서부발전 기술본부장 김모(60)씨와 김씨에게 뇌물을 준 브로커 한모(46)씨를 변호사법 위반과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5일 밝혔다. 또 한씨에게 돈을 주고 회삿돈을 빼돌린 연료전지 발전업체 대표 하모(54)씨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서부발전 기술본부장 김씨는 2016년 2월부터 4월까지 서부발전이 진행하던 김천 연료전지발전소의 신재생에너지사업과 관련해 REC 구매의향 단가를 높여주는 대가로 브로커 한씨에게서 2차례에 걸쳐 4500여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뇌물을 받은 뒤 발전업체가 희망하는 구매단가대로 구매의향 공문이 발급되도록 담당 직원에게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고, 2차례에 걸친 구매의향 공문 수정 끝에 최초 기준(1REC당 7만9740원)보다 더 높은 업체가 요구한 단가(1REC당 8만7670원) 대로 변경하기도 했다.

브로커 한씨는 2016년 1~4월 평소 친분이 있는 서부발전 고위 임원에게 청탁해 김천 연료전지발전소의 REC를 서부발전이 높은 단가로 구매하도록 해주겠다는 명목으로 연료전지 발전업체 대표에게서 3차례에 걸쳐 3억6000만 원을 받은 뒤 서부발전 기술본부장 김씨에게 뇌물 4500만 원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연료전지 발전업체는 향후 건립될 발전소의 REC를 높은 단가로 구매하겠다는 발전자회사의 공문을 받게 되면 이를 이용해 발전소 건립을 위한 대규모 PF 대출을 원활히 받을 수 있어 이해관계가 서로 맞아떨어져 범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브로커 한씨에게 돈을 준 발전업체 대표 하씨는 2010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법인자금을 거래처에 과다 지급한 뒤 차명계좌로 돌려받거나 급여들 가공 또는 과다지급한 후 회수하는 방법으로 18억5600여만 원 상당의 비자금을 조성한 뒤 개인용도 등으로 쓴 혐의를 받고 있다.

최태원 대구지검 2차장검사는 “연료전지 발전업체 대표가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제보로 수사가 시작됐고, 업체 대표가 브로커를 통해 서부발전 고위 임원을 상대로 금품을 제공한 정황을 파악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면서 “수사 결과 REC 구매 관련 비리구조까지 파헤쳤다”고 말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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