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용섭 전 한국국학진흥원 부원장
현재 한반도와 주변의 국제정세는 격랑이 서서히 종결을 향하여 몰아치는 형국이다. 북핵이 곧 완성단계이며 미국의 펜스 부통령은 평창올림픽에 참석하면서 북한에 억류됐다가 사망한 오토 웜비어의 아버지와 동행할 뿐만 아니라 평택 천안함 추모관을 찾을 예정이라 한다. 같은 날 북한은 건군 열병식을 갖고 미국 부통령은 천안함에서 산화한 군인에 대하여 추모한다. 중국은 최근 북·중 국경에 요격미사일부대와 함께 30만 대군을 집중 배치하여 유사시 한반도 사태에 개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한다(자유아시아 방송 2월 2일).

2월 6일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이 항고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5개 죄목이 1개 반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같은 사안에 1심과 2심의 판단에 큰 차이가 있다.

정부는 평창올림픽에 북한 선수단을 초청하여 이를 발판으로 남북대화의 물꼬를 트려 하지만 미국과 일본의 생각은 다른 것 같고 북한도 과연 진정성이 어디까지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국내외 일촉즉발의 굵직한 이슈들이 연일 보도되고 있건만, 이 긴박한 시대에 우리의 국론은 크게 양분되어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석방에 대하여 사법부는 살아있다고 환영하는 사람들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담당 판사에 대한 특별감사 청원을 올리는 국민이 있다. 북한 선수단에 대한 평가가 계속 나뉘고 있고 헌법개정을 두고 앞으로 심각한 찬반대립이 예상된다.

고금을 막론하고 국가가 위급 존망의 시절을 당하면 국민통합 여부가 가장 중요한 맥점이다. 당 고종이 소정방을 신구도행군총관(神丘道行軍摠管)으로 삼아 백제를 치고 남은 힘으로 신라를 도모하라 하였는데, 그냥 귀국하자 왜 신라를 그냥 두었느냐고 힐난하니, 소정방이 답하기를, “신라는 임금이 인자한 마음으로 백성을 사랑하고, 신하는 충성으로 임금을 섬기며, 아랫사람은 윗사람을 아버지와 형처럼 섬기고 있으니 나라는 비록 작지만 도모할 수 없었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 한다(삼국사기). 2014년 우쿠라이나가 친러시아와 친서방으로 국론이 분열되었다가 푸틴의 침공으로 크림반도를 빼앗긴 것은 우리가 지금 목도하고 있는 사실이다.

이 시점에 옛사람의 어질고 공정한 마음과 지혜를 생각하면 좋겠다. 공자는 오직 어진 사람이라야 사람을 사랑할 수도 있고 사람을 미워할 수도 있다 하였다. 보통 사람은 사심(私心)이 들어가기 때문에 공정한 판단을 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다. 어떤 행동이나 어떤 판결에 대하여 과연 내가 사심 없는 찬반을 하고 있는가, 누구나 가슴 깊이 생각해볼 일이다.

춘추시대 기해(祁奚)는 군대의 총책임자로서 한 번은 가문의 원수를 추천하고 또 한 번은 자신의 아들을 추천하였다. 사심 없음을 아는 임금은 번번이 그 의견을 따랐다. 파죽지세 같은 조조의 세력 밀려 유현덕과 함께 조그마한 성에 주둔하던 제갈공명은 위험을 무릅쓰고 단신으로 양자강을 건너가 천하의 손권과 주유를 비롯한 강동(江東)의 인재를 상대로 전쟁론을 역설하여 조조와 손권을 싸우게 한 후 그 열매인 형주를 차지하였다.

지금 우리도 형형한 눈으로 국내외의 변화를 지켜보면서, 우선 흥분을 가라앉힐 필요가 있다. 그리고 국가를 책임진 위정자부터 모두 한편으로는 국민화합의 넓은 도량을 보이고 한편으로는 시국돌파의 냉정한 지혜와 용기를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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