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지난 이틀 사이 ‘미래당’이라는 이름이 큰 논란에 휩싸였다. ‘미래당’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파를 대변하는 ‘통합추진위’ 측이 결정한 당명이다. 양당이 통합을 공식 결정하지도 않았는데 당명이 탄생했다는 건 누가 봐도 어색한 한국 정치의 단면이다. 논란에 휩싸이게 된 과정을 살펴보자.

지난해 봄에 창당한 ‘우리미래’가 안철수·유승민 중심의 ‘미래당’의 명칭을 문제 삼고 나왔다. ‘우리미래’의 김소희 대변인은 6일 CBS와의 인터뷰에서 강하게 문제를 제기를 했다. 이름이 비슷해서 헷갈리는 것도 문제지만 정당 노선이 정반대에 가까운 것도 문제라고 했다. 또 정치 도의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김 대변인은 안철수 대표가 “‘우리미래’라는 정당이 있는 걸 알면서도 당명을 빼앗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안 대표는 지난해 3월 ‘우리미래’가 주최한 정책토론회에 메인 패널로 참석해서 ‘우리미래’가 새겨진 마이크를 들고 ‘청년정치인을 응원’하는 발언을 했다.

‘우리미래’측은 5일 약칭을 ‘미래당’으로 등록하기 위해 선관위를 찾았다. 안철수-유승민 통합파 측의 ‘미래당’이 정식 창당되면 자신들과 이름이 비슷해서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몇 분 뒤 바른정당 소속 의원의 보좌관이 국민의당의 약칭을 ‘미래당’으로 등록하겠다고 선관위를 찾았다. 이름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7일 중앙선관위는 ‘우리미래’ 측의 손을 들어줬다. 선관위는 국민의당 측의 등록을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로 “‘약칭’이라는 어휘의 통상적인 용법과 가능한 의미, 사회 전반의 관습과 등록정당의 전례, 일반의 법 상식 등에 기초하여 볼 때”, “사회 통념상 허용되는 약칭의 범위를 벗어난다”는 점을 꼽았다. 선관위는 통합세력이 정식 창당한 뒤 ‘미래당’으로 등록해도 안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이번 논란을 보면서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2030 청년들이 ‘청년들의 미래’를 그리면서 ‘미래’가 들어간 당명을 창당해서 1년 가까이 활동하고 있었다. ‘안철수·유승민 통합세력’은 어떤 이름의 정당이 존재하는지 심도 있는 검토도 안 해보고 당명을 결정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통합당 추진위측이 ‘우리미래’가 이미 존재한다는 걸 알면서도 밀고 나갔다면 더욱 문제다. ‘우리미래’측을 무시한 행동이라 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미래’가 주최한 토론회에 주요 패널로 참석한 것으로 봐서 안 대표가 ‘우리미래’의 존재를 모를 리 없다고 생각한다. 안 대표가 앞장서서 당명을 ‘미래당’으로 결정한 것이라면 정도에서 크게 벗어난 행동이다. 더 나아가 작은 정치세력에 대한 큰 정치세력의 갑질 행위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우리미래’가 약칭 등록 하는 시점에 맞춰 국민의당의 약칭을 ‘미래당’으로 하겠다는 건 그야말로 코미디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보면 약칭은 ‘정식 명칭을 간략히 줄여 이름. 또는 그렇게 줄인 명칭’이다. 국민의당을 아무리 잘 줄여도 ‘미래당’이 안 나온다. 국민의당에 ‘미’ 자도 ‘래’ 자도 없다. 단지 ‘당’ 자만 같을 뿐이다. 이미 창당된 정당의 대표자가 이름에 걸맞은 약칭을 써서 당을 지키겠다고 나섰는데 꼭 이런 무리수까지 동원해야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미래’에 참여한 청년들 8000명이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이들은 ‘미래당’ 당명 철회를 요구하며 국민의당 당사 앞에서 ‘100시간 철야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심장을 얼어붙게 할 정도의 강추위다. 사회 불평등과 좁은 취업 기회, 각종 갑질로 얼어붙은 청년들의 마음을 기성세대가 녹여 주지는 못할망정 마음을 더욱 얼어붙게 만들어서야 되겠는가.

대변인 앞세워 무슨 흑막이라도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청년들이 입은 마음의 상처를 덧내는 행동이다. 안철수, 유승민 대표는 통합추진 세력을 대표하여 ‘우리미래’ 측에 정중히 사과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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