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쿨러닝’은 열대 지방 자메이카 육상 선수들의 겨울 스포츠 봅슬레이 도전기다. 이 영화는 실화를 그렸다. 1988년 캘거리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자메이카 봅슬레이 대표팀 4명이 그 주인공이다. 당시 자메이카 봅슬레이 대표팀 4명 중 파일럿(썰매 조종수) 더들리 스토크스(65)가 평창에 왔다. 평창판 쿨러닝이 준비되고 있다. 자메이카에서는 평창올림픽에 여자 봅슬레이 2인승, 남자 스켈레톤 등 3명의 선수가 출전한다. 쿨러닝의 실제 주인공 스토크스가 이들의 감독이다.

스토크스는 육군 대위로 있던 1980년대 중반 운명처럼 봅슬레이와 인연을 맺었다. 군대 상관이던 대령이 겨울 스포츠 종목인 봅슬레이를 한 번 타보라는 말에 명령을 따랐다. 스토크스가 봅슬레이를 직접 본 것은 1987년 9월이다. 이후 불과 5개월 뒤 캘거리 올림픽에 출전해 2인승에서는 30위, 4인승에서는 24위를 차지했다. 성적은 초라했지만 그해 올림픽에서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영화 속 그가 되뇌던 ‘리듬과 운을 느껴라. 일어나라, 봅슬레이 탈 시간이다. Feel the Rhythm, feel the rhyme, get on up, it’s bobsled time)‘라는 명 대사가 생생하다.

또 다른 쿨러닝의 주인공들도 있다. 나이지리아 여자 봅슬레이팀이다. 육상선수 출신으로 파일럿을 맡은 세운 아디군(30)은 육상 동료 응고지 오누메레(25), 아쿠오마 오메오가(25)를 설득해서 봅슬레이에 도전했다. 1년여의 노력 끝에 평창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아디군은 2012년 런던올림픽 육상 여자 100m 허들을 뛰었다. 이들은 장비 구입과 출전비를 인터넷 후원금으로 충당하면서 기적을 일궈냈다.

싱가포르의 쇼트트랙 선수 샤이엔 고(18)도 싱가포르 사상 처음으로 겨울올림픽 출전 선수가 됐다. 그는 9일 치러진 2017~2018 쇼트트랙 월드컵 3차 대회 여자 1500m 예선 7조에서 경쟁 선수들이 넘어지는 행운 속에 2위를 차지해 운 좋게 출전 티켓을 따냈다.

평창 올림픽에 이런 올림픽 정신을 가진 멋진 참가자들이 있지만 제대로 조명받지 못하고 있다. 9일 개막하는 올림픽 자체보다 북한 응원단의 모습이 더 부각되고 있다.

이동욱 편집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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