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받은 사업가 징역 1년 6개월

공기업 사장 등의 자리를 청탁하면서 돈을 건넨 뒤 뜻을 이루지 못하자 여성사업가를 협박해 돈을 뜯어낸 전 지역 방송국 사장과 돈을 받은 사업가가 모두 실형을 선고받았다.

대구지법 제11형사단독 김형진 부장판사는 8일 제3자 뇌물교부와 공갈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전 지역 방송국 사장 A씨(58)에게 징역 1년, 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분을 내세워 공직을 맡도록 해주겠다고 속여 A씨에게서 3억여 원을 받아 제3자 뇌물취득,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B씨(48·여)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추징금 3억4200만 원을 판결했다.

B씨는 개인 사업 자금이 필요하자 박 전 대통령과 특별한 친분이 없는데도 친분을 과시하면서 A씨에게 접근해 “원하는 공직에 갈 수 있도록 대통령에게 돈을 전달하겠다”고 속여 3억4200만 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자.

A씨는 2013년 1월부터 12월까지 B씨에게 “대통령에게 전달해 공기업 사장이나 청와대 비서실장 등 공직에 갈 수 있게 해달라”면서 돈을 전달했고, 공직 입문이 무산된 뒤 1억2천400만 원밖에 돌려받지 못하자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대구 조폭 두목을 언급하며 협박해 4억200만 원을 받아낸 혐의다.

B씨는 A씨로부터 협박을 당하자 평소 알고 지내던 횟집 사장에게 골프장 VIP 회원권, 고급 외제 자동차 등을 팔겠다고 속여 5억2000만 원을 받아 가로채 A씨의 돈을 갚은 것으로 확인됐다. 횟집 사장에게 사기죄로 고소당해 재판에 넘겨진 B씨는 “A씨가 횟집 사장에게 사기를 쳐서 돈을 갚으라고 했다”면서 허위의 고소장을 제출해 무고한 혐의도 받았다.

김 부장판사는 “사회지도층으로 불리는 언론사 사장을 역임한 피고인이 불법에 맞서 근절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채 오히려 불법에 편승해 공직을 맡기 위해 적극적으로 애썼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의 근간인 공정성의 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됐다”며 “검찰 수사과정에서 줄곧 범행을 부인하는 등 정황상 죄질도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초범이고 뒤늦게나마 법정에서 잘못을 진지하게 반성하며 범죄사실을 모두 자백한 점, B씨의 기망 행위로 겪었을 피고인과 가족의 정신적 고통이 상당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B씨에 대해서는 “당시 대통령에게 공직을 청탁할 만한 친분을 갖고 있지도 않았던 만큼 이는 전형적인 뇌물 관련 범죄라기보다 뇌물 전달을 빙자한 사기죄의 성격이 강하다”며 “횟집 사장에게 범한 사기죄는 A씨로부터 협박을 받는 과정에서 저지른 것으로 범행동기에 참작할 사정이 있다”고 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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