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AFP·CNN 등 "문 대통령-김여정 역사적인 악수"…BBC "세련된 공연" 찬사

문재인 대통령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9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
세계 각국의 주요 외신들은 9일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을 앞다퉈 긴급 뉴스로 타전했다.

특히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 북한의 대외적 국가원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의 개막식 참석과 남북한 선수단의 공동입장 등을 집중 조명했다.

미국 언론은 이번 개막식을 ‘역사적 순간(historic moment)’으로 평가하면서 무엇보다 문 대통령이 김여정 제1부부장과 악수한 장면에 주목했다.

미국 AP통신은 평창발 보도에서 “남북한이 올림픽 개막식에서 역사적인 악수를 했다”고 보도했다.

AP는 문 대통령과 김여정 등 북한 대표단의 만남에 대해 “그것은 역사적인 순간이었고, 평창동계올림픽이 공식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일어났다”면서 “모든 사람이 만면에 함박웃음을 지었다”고 전했다.

AP는 분노와 의혹, 유혈로 갈라진 한반도에서 동계올림픽이 개막했다면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통합의 모습으로 남북한이 평화를 상징하는 불꽃 아래 나란히 앉았다고 평가했다.

CNN도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역사적인 악수를 봤다’ 제하 기사에서 “문 대통령이 북한 지도자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과 악수했다”고 보도했다.

미 CBS 방송은 “분단된 한반도에서 올림픽이 시작됐다”며 “역사적 순간”이라고 표현했다. CBS는 “한 달 전만 해도 가늠할 수 없었던 순간에 남북한이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공식 개막을 기념하며 스타디움에 함께 들어왔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남북한 선수단이 휴전선에서 불과 50마일(약 80km)도 채 안 떨어진 올림픽스타디움에서 함께 행진함으로써 핵을 사용한 충돌에 대한 공포를 일으켜온 ‘지정학적 교착상태’에 돌파구를 여는 희망을 낳았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올림픽이 휘황찬란한 광경, 남북한 간 따뜻한 (화해의) 몸짓과 함께 개막했다”고 묘사했다.

다만 미국 언론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비롯한 미국 대표단이 남북한 동시 입장에 반응을 보이지 않고 북한 대표단과 접촉을 피한 점에도 주목했다.

AP통신은 “펜스 부통령 측은 남북한 통합팀의 입장에 일어나지 않았다”면서 “각국이 행진하는 동안 그들은 오직 미국팀을 위해서만 기립했다”고 했다.

폭스뉴스는 “북한의 폭군 김정은의 여동생과 한국의 대통령이 역사적인 순간에 악수했다”면서 “그러나 ‘은둔의 왕국’의 대표단과 펜스 부통령은 근접 거리였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그러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유럽 언론들은 남북한 동시 입장, 북한 대표단의 행보 등과 함께 행사의 규모와 질에도 관심을 보였다.

영국 BBC는 ‘매우 멋진’ 개막행사의 마무리로 2010년 피겨 스케이팅 금메달리스트 김연아 선수가 평창 올림픽 성화를 점화했고 남북한 단일팀이 한반도기 아래 함께 입장했다고 보도했다.

1980년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영국 로빈 커즌스는 BBC 인터넷판에 개막식을 평가한 글을 올려 “모든 공연이 세밀하고 세련됐다”며 “정신없이 서두르지도 않고 매우 멋졌다. 정말 즐거웠다”고 소감을 전했다.

프랑스 AFP통신은 남북한 선수들이 함께 입장하고 한국의 대통령이 김정은의 여동생과 ‘역사적인 악수’를 했으며 한반도기 아래 양쪽 선수들이 입장할 때는 관중이 일어서기도 했다고 전했다.

영국 로이터 통신은 ‘생동감 있고 화려한 불과 얼음의 개막식’이었다면서 적대적 국가의 지도자들이 모인 스타디움에서 외교적 모습이 힘겹게 연출됐다고 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남북 관계의 긴장을 완화하려는 한국은 문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을 나란히 앉게 했고 그 뒤로 북한 고위 인사들이 앉도록 했다고 분석했다. 통신은 문 대통령이 김여정과 따뜻하게 악수를 했다고 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남북한 선수들이 한반도기 아래 공동 입장했다는 소식을 개막식 톱뉴스로 전했다.

프랑스 일간 르 몽드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이 개막식 행사에서 인사를 나눴다는 뉴스를 메인으로 보도했다.

중국 주요 관영 매체들도 개막식 전 과정을 실시간으로 상세히 보도했다.

중국 중앙(CC)TV는 이날 개막식 3시간 전부터 평창올림픽 특집방송을 방영하고, 기자들을 현장 연결해 개막식장 분위기를 상세히 소개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남북선수단이 한반도기를 들고 함께 입장하는 장면을 속보로 전하기도 했다.

반관영 통신사인 중국신문망(中國新聞網)은 개막식 개최 소식을 전하면서 이번 올림픽의 종목 수와 평창, 강릉, 정선에 건립된 경기장을 자세히 소개했다.

중국신문망은 “평창올림픽 성화가 지나온 거리가 개최연도와 같은 2,018㎞”라며 “올림픽 성화는 제주도의 바닷길, 강원도의 열기구 봉송 등을 거쳐 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가 마지막 성화봉송 주자로 나서는 등 매우 창의적이었다”고 전했다.

일본 NHK 방송은 개막식 생중계 후 인터넷판 기사에서 “한국과 북한의 선수 2명이 함께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하자 경기장에 큰 환성이 터져 나왔다”면서 “선수단은 민요 아리랑이 흘러나오는 중 같은 옷을 입고 행진했다”고 전했다.

교도통신은 김여정이 개회식에 참석한 사실을 소개하며 올림픽기의 마크 앞에 한·미·일의 요인과 김여정이 함께 있는 광경이 실현됐다고 보도했다.

교도는 개막식이 열린 경기장 주변에는 한국 선수들이 국기를 들지 않은 것을 비판하는 보수층의 항의 집회가 열린 사실을 전하기도 했다.

연합
연합 kb@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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