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은 박정희(1917. 11~1979. 10) 탄생 100주년이다. ‘정치인 박정희’의 공과(功過)를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를 증오하는 좌파에서조차 세계사에 유례없는 경제발전을 이룬 공을 부정하지 못하면서 여전히 청산의 대상으로 인식되고 있다.

‘박정희는 노동자를 착취했는가’(류석춘 저, 기파랑, 2018)는 ‘박정희 지우기’의 핵심 키워드인 ‘성장의 그늘과 노동 착취론’을 사회학적 관점에서 정면으로 반박하는 양서로 2018년 사상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박정희는 노동자를 착취했는가? 박정희 통치 18년 ‘한강의 기적’은 노동자의 일방적인 희생 위에 이뤄졌는가?

저자는 사회학자이고, 책은 실증적인 자료를 보수적으로, 즉 조심스럽게 해석하여 반박할 여지 없는 중간결론들을 단계별로 차근차근 도출한다.

박정희는 경제와 안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중화학공업화를 추진했고, 이를 위해 대규모의 기능공 집단을 양성했고, 이들이 1970년대 경제성장의 주역이 됨과 동시에 성장의 과실을 나누어 가지기도 했다는 것.

반전은 다음부터다. 기능을 바탕으로 중산층에 진입한 노동계층이 박정희 사후 1980년대 ‘민주화투쟁’을 주도했고, 그 일부가 노동조합을 등에 업은 ‘노동귀족’으로 변질해 노동자 지위를 심지어 세습의 대상으로까지 삼으려 하고 기득권에 안주하고 있다는 사실.

이 책의 강점은, 수십 년간의 통계와 심층면접이라는 실증적 자료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차근차근 풀어나가는 데 있다. 박정희 시대 기능공으로 양성된 집단이 ‘숙련노동자 중산층’으로 계층의 수직상승을 이룬 과정은, 1973년에서 2013년까지 무려 41년에 걸치는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의 임금 추이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제4장). 저자가 굳이 촉구하지 않아도, 범국가적 경제건설 덕분에 형성된 대기업 노동중산층이 노동보국(勞動報國)을 생각해야 한다는 지적이 절로 나오게 하는 대목이다.

실패한 공산주의 100년(박정희가 태어난 1917년은 러시아혁명의 해이기도 하다)의 마지막 미숙아인 북한과의 비교다. 두말 할 것 없이, 박정희 100년은 공산주의 100년을 압도하고도 남음이 있다.

문제는 젊은 세대의 인식이다. 박정희의 총체적 인식에서 부정적 평가의 기초가 된 ‘사실들’은 고등학교~대학교 시절 인터넷, 중등학교 교사, 매스미디어가 압도적이라는 사실이다. 인터넷과 교육현장의 이념적 편향성이 우려할 수준이라는 증거는 이처럼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고 출판평론가들은 지적했다.

저자 류석춘은 1955년 경북 안동 출신으로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석, 박사(사회학) 학위를 받고 1987년부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영국 옥스퍼드대, 일본 도시샤(同志社)대, 호주국립대, 미국 UC샌디에이고 방문교수, 자유한국당 제1기 혁신위원장 등을 지냈다. 저서로 ‘한국의 사회자본’(2008) 등이 있다.

김정모 기자
김정모 기자 kjm@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으로 대통령실, 국회, 정당, 경제계, 중앙부처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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