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병원
경북대학교병원에 국립대병원 중 최초로 복수노조가 설립됐다. 벌써 기존 노조와 갈등 조짐이 보여 향후 심각한 ‘노노갈등’이 예상된다.

11일 경북대병원과 대구지방고용노동청에 따르면, 이 병원 근로복지과 소속 노조업무 담당자인 여동민(37)씨가 지난달 26일 ‘경북대학교병원 노동조합’ 등록증을 발급받았다. 임기 3년의 초대 노조위원장 자리도 꿰찼다.

기존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대구지역지부 경북대병원분회(이하 1노조)에 대항하는 독립노조(기업별 노조)가 탄생한 것이다.

여씨는 경북대병원 사내게시판에 “1노조의 그간 노고를 인정하고 존중한다”면서도 “산별노조가 아닌 독립노조에서 제대로 목소리를 내고 싶다는 직원들의 염원을 반영한 것”이라고 공표했다.

여씨가 노조를 설립하는 동안 철저하게 비밀에 부치는 바람에 이 같은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던 경북대병원 집행부 전체는 이른바 ‘멘붕’에 빠졌다.

여씨는 “사전에 보고했다면 노조는 설립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감신 기획조정실장은 “너무 당황스러워서 병원 입장을 정리하지 못했다”면서 “노조 하나도 버거운데 두 개가 생기니 앞으로 더 걱정”이라고 했다.

과거 강경 기조로 노조와 극심한 대립을 한 조병채 전 병원장 시절 노조업무를 담당한 여씨가 새 노조를 설립한 소식이 알려지자, 1노조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여씨가 사측의 노조업무 담당자이면서 자신이 설립한 새 노조의 수장으로 사측과 협상 또는 대립을 벌여야 하는 당사자가 된 것에 대해서도 뒷말이 무성하다.

여씨는 지난 9일 가진 경북일보와 단독 인터뷰에서 “1노조는 외형만 키우는 데 급급해 직원들의 절실한 요구를 반영하지 못했다. 그래서 차별화 한 우리만의 노조를 만든 것”이라면서 “1노조와 2노조라는 다양한 채널이 있어야 직원들의 복지 등 요구사항을 사측에 가장 잘 전달하고 실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1노조 이정현 지부장은 “어느 노조보다 충실하게 현장에서 노조원들의 요구를 반영하고 대변해왔다고 자부하는데 여씨의 주장은 상식적으로 안 맞다”면서 “청소노동자와 주차노동자 등 비정규직 노조원보다 행정사무직원들과 소통이 원활하지 못했던 점은 인정한다. 앞으로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새로 선임한 정호영 원장이 노조친화정책을 펼친 덕에 현재 노사관계가 매우 돈독한 상황에서 느닷없이 출범한 새 노조는 의심스러운 대목이 많다”며 “복수노조 체제는 2개 노조 모두 세력약화를 유발한다. 이런 의도로 정 원장 체제 출범 이후 다른 부서로 인사조치되거나 불만을 품은 세력들이 새 노조를 움직이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돈다”고 지적했다.

여씨는 “노동청 근로감독관 출신에다 노조업무를 맡아왔기에 누구보다 전문성을 갖고 있고, 1노조와 상호협력할 용의가 있다”면서도 “조합원 이탈 등 분열을 우려한 1노조가 새 노조를 위협하거나 음해한다면 서로 ‘윈윈’할 기회는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이정현 지부장은 “기존 1노조 안에서 행정사무직 직원들이 마음껏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지금이라도 서로 힘 빠지게 하는 복수노조를 철회해야 한다”며 “하루빨리 그 방법을 서로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자”고 제안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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