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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정대 변호사
지금 평창에는 제23회 동계올림픽이 열리고 있다. 동계올림픽은 하계올림픽과 마찬가지로 4년마다 열리는 대회이다. 한국을 비롯하여 많은 나라 선수들은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손꼽아 기다리며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땀 흘려 훈련해 왔을 것이다.

올림픽은 인류 역사에 있어서 중요하고도 상징적인 의미를 띠고 있다. 스포츠를 통해 인간의 또 다른 한계에 대한 도전하고 국제교류와 인류화합이라는 이상(理想)에 다가서는 제전(祭典)이기 때문이다. 올림픽은 참가 선수들에게 마땅히 영광과 감동의 시간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선수들이 아니라 갑자기 등장한 북한 인사들과 북한 예술공연단이 올림픽 대회 기간 초반이기는 하지만 한동안 평창 동계올림픽 뉴스의 중심을 차지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여러 차례 북한 선수와 응원단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희망했다. 문 대통령은 “평창의 문, 평화의 길은 북한에게도 열려 있다. 북한이 평창을 향해 내딛는 한 걸음은 수 백발의 미사일로도 얻을 수 없는 평화를 향한 큰 진전이 될 것이다”라며 북한의 참가에 큰 의미를 부여해 왔다. 지난해 12월 19일 미국 방송사인 NBC와의 인터뷰에서는 동계올림픽 기간에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을 연기할 수도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적극적인 호소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북한의 김정은은 올해 신년사에서 “남조선에서 머지않아 열리는 겨울철 올림픽 경기대회에 대해 말한다면 그것은 민족의 위상을 과시하는 좋은 계기로 될 것이며 우리는 대회가 성과적으로 개최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러한 견지에서 우리는 대표단 파견을 포함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으며 이를 위해 북남 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도 있다”고 제의했다. 남·북한 간의 실무자 회담이 열리는 등 북한의 올림픽 참가가 급물살을 타 마침내 북한은 선수 22명과 임원 26명 등 48명으로 구성된 선수단과 230명의 대규모 응원단 등이 참가시켰다.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는 의미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북한의 참가는 문 대통령이 바라는 평화올림픽을 만드는 데 일조(一助)를 한 것은 분명하다. 북한이 참가하지 않았다면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중 북한이 핵 도발로 올림픽 행사에 찬물을 끼얹지나 않을지 우려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남한의 호의와 정성을 북한에 보여주기 위해 김정은의 여동생으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라는 긴 직함의 김여정과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인 김영남 등을 극진하게 환영했다. 이에 앞서 공연장 사전 점검을 위해 방문한 현송월 북한삼지연관현악단장에 대해서는 과잉의전 논란도 있었다.

문 대통령은 한 발 더 나아가 여론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한반도기를 앞세운 남북선수단 공동입장, 여자아이스하키단일팀 결성까지 관철시켰다. 남북정치논리에 4년 동안 땀 흘려 대회를 준비한 선수들의 노고와 개최국의 존재감이 실종됐다. 문 대통령의 대선 득표율은 박근혜 전 대통령보다 10%나 낮다. 박 전 대통령은 51%의 득표를 하고도 독선과 불통으로 실정(失政)을 거듭했다. 문 정부는 일방적으로 몰아붙일 것이 아니라 여론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북한의 동계올림픽 참가의 의미를 과대광고해서는 안 된다.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스스로 밝힌 것처럼 “한 핏줄을 나눈 겨레로서 동족의 경사를 같이 기뻐하고 서로 도와주는 것은 응당한 일”에 불과하다. 남은 올림픽 기간에는 4년 동안 땀 흘리며 대회 선전(善戰)을 준비한 선수들과 그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가져오는 영광과 감동의 드라마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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