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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일본 총리대신 아베는 평창올림픽 50일 전만 해도 “이대로는 못 간다”면서 한국에 안 온다고 했다. 이른바 ‘위안부 합의’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에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올림픽 2주 전에는 평창에 갈 의향이 있다고 갑자기 말을 바꿨다. 아니나 다를까 토를 달았다. 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통해 이른바 ‘위안부 합의’를 지키라고 요구하겠다고 했다. 평화에 기여하고 마음으로 축하하기 위해 오는 것이 아니라 ‘흉심’이 있어 온다는 걸 드러내 놓고 공표했다. 아베는 결국 개막식에 왔고 문 대통령과 정상회담도 가졌다. 예상대로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합의’를 지키라고 문 대통령을 압박했다.

아베의 부적절한 행동은 계속되었다. 남과 북, 해외의 절대다수의 동포가 축하하고 IOC는 물론 세계인들도 크게 박수를 보내는 남북단일팀이 입장할 때 그가 보인 무례는 용서할 수 없다. 모두가 기립해서 마음으로 환영의 박수를 보내는 자리에 미국 부통령 펜스와 함께 의자에 가만히 앉아서 박수조차 치지 않는 모습을 연출했는데 무엇을 보여주고자 한 것인가. 왜 온 것인가.

그가 단일팀에 대해 못마땅해 하는 마음을 가졌다고 할지라도 단일팀의 반은 한국 선수라는 점을 생각했다면 일어나지는 못해도 앉아서라도 박수는 쳤어야 하지 않는가. 자신들에게 필요할 때는 ‘우방’ 이라 하고 자신의 입맛과 기분에 안 맞다 싶으면 얼굴을 돌려 버리는 일본 정부의 본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몹시도 씁쓸하다.

아베의 무례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9일 한일정상회담에서 아베는 평창 올림픽이 끝난 뒤 “한미군사훈련을 예정대로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이 한미군사훈련의 당사국이라도 되는가. 왜 남의 일에 끼어들어 감 놔라 배 놔라 간섭하는가. 한국을 얼마나 우습게 알았으면 대한민국 대통령 앞에서 이 따위 행동을 한단 말인가. 아베가 하는 행동을 보면 자신이 한국의 ‘상전’이나 되는 것으로 착각하는 듯하다.

지난 4일 자 산케이신문은 아베가 한국에 가서 ‘3월 중순 평창 패럴림픽 폐회 후 조속한 한미 연합군사훈련 실시를 요청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교도통신은 아베가 미국 부통령 펜스와 한미군사훈련을 “과거와 동일한 규모로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확인하는 방향으로 조정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얼마나 놀라운 기사인가.

군사훈련 문제는 한국의 주권 사항인데 미국과 일본이 과거와 동일한 규모로 즉, 축소하지 않고 이전과 같은 규모로 한미군사훈련을 실시할 필요성에 대해 사전 의견 조정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미국은 한국과 할 얘기임을 모르지 않을 텐데 왜 일본과 조율하는가. 이런 기사가 나오면 ‘코리아 패싱’이라면서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잘못된 행동은 문재인 정부가 아니라 일본과 미국이 하고 있다.

아베가 한미군사훈련을 들먹인 것은 의도가 분명하다. 남북이 화해 분위기로 가는 것을 제지하고 군사 대국화의 동력을 살리고자 하는 것이다. 남북에 평화가 오고 이 흐름이 북미의 관계 개선으로 이어지면 일본의 군사 대국화는 좌초될 것이고 아베 정권은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점이 두려운 것이다.

아베의 한미군사훈련 발언이 나왔을 때 문 대통령이 “한미군사훈련은 대한민국 주권의 문제, 내정에 관한 문제로 일본 총리가 이 문제를 직접 거론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말이다. 아베가 미국을 등에 업고 한국 대통령을 압박하는 행위는 더 이상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아베가 얼토당토않은 이유로 자국의 대통령을 압박하는 모습을 보고도 대부분의 한국 야당들과 대표들은 못 본 체하고 있다. 아무리 정적일지라도 국가의 주권 앞에서는 하나가 되어야 한다. 아베가 평창에서 한 행동을 보고 얼마나 많은 국민이 분노하는지 알아야 한다. 국민의 마음이 떠나면 정당은 설 자리를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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