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지 안의 섬에 검은 새들이 앉아 있다
나무들이 허옇게 변했다

나무가 말라가는 이유는 새 때문일까

가까이 저수지 안쪽 길 따라가 보니
나무들이
쏘아보는 눈길이 있다

(중략)

저수지 안의 섬, 나무가 말라가고 있다

민물가마우지와 까마귀가 반반씩
물속의 섬을 차지하고 있다

각자의 영역 속에서 그들이 차지한
나무들을
욕망하고 있다

저수지는 새와 죽어가는 나무의 목록을 가지고 있다



감상) 창문 블라인드가 하나가 떨어졌다. 이빨 빠진 것처럼 그 자리가 비었다. 다시 끼우려고 보니 연결 부분이 떨어져나가고 없다. 블라인드는 몇 달 동안 빠진 이빨을 새로 끼우지 못했다. 저 자리에 무엇을 넣어야하나 생각해보지만 마땅한 게 없다. 비어있어도 그건 없는 자리가 아니라 다른 것이 비워둔 자리이기 때문이다.(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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