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보호무역정책이 가시화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미국 상무부가 철강·전자·태양광 등 우리 수출 품목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마련한 것 관련해 “불합리한 보호무역조치에 대해서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위반 여부 검토 등 당당하고 결연히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특히 철강·전자·태양광·세탁기 등 우리 수출 품목에 대한 미국의 수입규제 확대로 해당 산업의 국제 경쟁력에도 불구하고 수출 전선에 이상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정부로서 보통 이슈가 아님을 직시한 것이다.

미국 상무부가 지난 16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안한 수입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고강도 수입 규제안을 보면 철강의 경우 한국, 중국, 브라질 등 12개 국가 제품에만 53%의 초고율 관세를 물리는 방안과 모든 제품에 일률적으로 24% 고율 관세를 적용하는 방안, 국가별 대미 수출액을 2017년의 63%로 제한하는 방안 등 3개 시나리오가 제시됐다. 곧 이 중 하나의 방안이 나올 것이다.

철강업계는 긴급한 상황이다. 철강업계에서는 “이번 상무부 제안은 사실상 수출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에 수출하는 철강제품의 80%에 이미 관세가 부과되고 있어 추가 관세가 덧붙여지면 경쟁력과 이익률이 떨어져 타격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은 347만t, 34억800만 달러어치다.

지난달에는 수입 세탁기와 태양광 제품에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가 발동됐다. 우리 대미 통상외교 피해가 성공하지 못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1962년 제정된 무역확장법 232조가 마지막으로 적용된 게 1981년이라고 한다. 미국발 통상압박의 파고가 세탁기와 철강을 넘어 우리의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나 자동차까지 닥쳐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국과의 통상을 한 지 일백 년 만에 맞는 위기다. 그동안 미국의 보호 아래 특히 1980년대까지 우리 경제는 전적으로 미국의 지원 아래 성장했다. 북한 외교는 전쟁위기를, 남한외교는 경제위기를 몰고 온다는 우려다.

미국의 조치가 실현될 경우 한국의 철강산업은 큰 타격을 입는다. 특히 철강 전자 산업을 기반으로 하는 포항시와 구미시의 경기침체가 불을 보듯 뻔하다. 대응책은 우리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도록 혁신 성장을 더욱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수출시장을 다변화하는 것밖에 달리 방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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